[카테고리:] 시조

  • 목련 이제二題

    목련 이제二題

     

     

    자목련

     

    서설瑞雪로 씻은

    지등紙燈이다.

    하늘 물살

    불 밝히는

     

    아직도 매운 세상

    누군가의 바람인가

     

    겨울 끝

    시린 인심을

    맑은 향기로 데운다.

     

     

    백목련

     

    옥양목 치마저고리

    장롱 속에 묻어 놓고

     

    겨우내

    설렘을

    가꿔 오신 어머님

     

    봄 오자

    곱게 차려입고

    봄나들이 나오셨네.

     

     

     

  • 키질의 법칙

    키질의 법칙

     

     

    가벼운 검불들 새처럼 날아가고

    무거운 알곡들만 사락대며 남아있다.

    어머니 키를 까불 때 변치 않는 법칙이다.

     

    머리 헐고 코 흘리고 지독히 말 안 들어도

    어머니 가슴 속에 우리 형젠 알곡이다.

    키에서 벗어달 때면 불을 켜고 찾는다

  • 자목련

    자목련

     

     

    여리고 성긴 몸이 된바람에 숨 멎을까

    짚으로 싸매주며 긴 겨울 잠 설쳤더니

    아이의 첫 울음같이 빚어 켜든 달 한 등

  • 보리수나무

    보리수

     

     

    아침에는 독경 소리 저녁에는 풍경 소리

    법당 문에 귀 기울여 묵언 참선 하더니

    깨달음 동그랗게 키워 초록 열매 달았다

     

    내 안에 나를 익혀 서쪽으로 뻗은 가지

    번뇌를 사르었다 법열이 타올랐다

    황금빛 환희를 꿰어 염주 알을 엮는다

     

     

     

    2015. 1. 22

  • 천수만에서

    천수만에서

     

     

    언젠가 숨 쉬는 것도 귀찮은 날이 오거든

    생명줄 잘린 채로 억척스레 살아가는

    천수만 날갯죽지에 삶의 한 조각 실어보게.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사방 온통 막힌 남자

    신생대부터 이어오던 리아스식 호흡들이

    어느 날 흙 몇 삽으로 꽁꽁 묶여 버린 남자.

    하늘빛 꿈 잃었다고 주저앉으면 남자더냐.

    사니질沙泥質 아랫도리에 새조개를 살게 하고

    품 열어 오지랖 넓게 철새 노래 키운다.

    바람기 많은 남자 중에 천수만이 제일이다.

    가창오리 흑두루미도 품었던 품속에서

    유유히 노랑부리저어새 털가슴을 고르고 있다.

    누가 알리 갈적색 썩어가는 핏물 아픔

    비 오는 날 갈대밭에 출렁이는 속울음을

    해 뜨면 맑게 씻은 눈 속 깊은 저 아버지를.


    사니질 모래와 진흙이 섞여 있는 흙의 성질

     

     

    2016. 1. 17

  • 2016, 산골 마을

    2016, 산골 마을

     

     

    퀭한 골목

    무너진 담

    듬성듬성

    불 꺼진 집

     

    꼬부랑

    할머니

    혼자

    고샅길

    걸어가서

     

    쾅쾅쾅

    대문 두드려도

     

    깨어날 줄

    모르는 마을


    2016. 1. 14

     

     

  • 비둘기 -시장 풍경5

    비둘기

                –시장 풍경5

     

     

    눈 녹는 시장 골목

    비둘기는

    맨발이다.

    신발전 털신 한 짝

    사 신기고 싶구나.

    종종종

    서둘러 가는

    머리 위엔 하얀 눈발.

     

    하루 종일 찍어 봐도

    허기진 건

    숙명이다.

    싸전의 주인은

    쌀알 한 톨 안 흘리네.

    구구구

    나직한 신음

    핏빛으로 깨진 평화.


    2016. 1.  12

  • 산화공덕散花功德

    산화공덕散花功德

     

     

    법당은 바람이 쓸고

    내 마음은 부처님 눈빛이 씻고

     

    절한다

    산 뻐꾸기

    놀자 절문 두드려도

     

     

    벚 꽃비 온 세상 가득

    팔             팔

        랑             랑

    팔              팔

         랑             랑

  • 일주문에 기대어

    일주문에 기대어

     

     

    들어가면

    바람 되고

    나오면

    티끌 되네.

     

    바람도

    티끌도

    내 몸에는

    안 맞는 옷

     

    일주문 기대어 서서

    그냥 허허 웃으려네.


    2016. 1. 9

  • 금강 하구河口에서

    금강 하구河口에서

     

     

    어릴 때 띄워 보낸

    그리움의 씨앗들아!

    대양大洋을 떠돌면서

    내 마음 못 전하고

    하구河口에 주저앉아서

    갈대꽃으로 피었구나.

     

    아쉬움이 고여서

    젖어있는 습지濕地 머리

    삭히고 씻은 말들

    솜털처럼 내두르며

    삭풍에 시잇 시이잇

    온몸으로 울고 있다.

     

    육십 년을 목청 돋워

    날 부르고 있었는가

    실처럼 가는 목이

    된바람에 애처롭다.

    철새들 한 입 물었다가

    뱉어내는 목 쉰 외침.


    201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