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시조

  • 홍시

    홍시

     

     

    따지 마라, 알몸으로

    매달릴 형벌이다

     

    온 여름 마신 햇살

    펄펄 끓는 저 육신을

     

    한 조각

    남을 때까지

    보시布施할 업연이다.

     

     

    2017. 10. 26

    한국현대시2017 하반기호

  • 세월의 그림자

    세월의 그림자

     

     

    나이를 먹을수록 가슴이 얇아진다.

    손 한 번만 잡아주면 마음을 다 주고 싶고

    아픈 말 한 마디에도 쉽게 멍이 든다.

     

     

    2017. 10. 23

  • 가을의 노래

    가을의 노래

     

     

    창공을 불러내려

    팔각지붕에 펼쳐놓고

     

    굴곡진 꼭지마다

    아픈 일들 걸어 말리면

     

    바람에

    씻겨가면서

    국화처럼 향이 밴다.

     

     

    2017. 10. 11

  • 엄마

    엄마

     

     

    대패는기억의

    표피부터 깎아낸다.

     

    세월의 맨 안 벽에

    옹이처럼 새겨진 말

     

    엄마아,

    보석 같은 말

    지워지지 않는 그 말

     

     

    2017. 8. 24

  • 아버지

    아버지

     

     

    ᄒᆞ나

     

    아버지 제삿날 저녁 생전의 사진 보니

    지금의 내 모습이 거울 속에 비춰있네.

    평소에 못마땅하던 것도 어찌 저리 닮았을까

     

    2017, 6. 24

     

     

     

    불쌍한 사람 보면 그냥 못 지나가서

    동장군 유난하던 정유 겨울 늦은 밤에

    추위에 떨던 거지를 집안에 들이시니

     

    2017, 7. 2

     

     

     

    어머니 가슴에서 형님 뺏어 짊어지고

    햇볕 고인 양지쪽에 돌무덤 만들고서

    남몰래 쏟은 통곡에 도라지꽃 피었다.

     

    2017. 7. 13

     

     

     

    육이오 끝 무렵 왼손에 총을 맞아

    굽은 손 모진 통증 평생을 살면서도

    가족을 먹여 살리려 거친 땅을 일구셨지.

     

    2017. 7. 18



    다ᄉᆞᆺ

     

    아버지 웃음 속엔 고뇌가 절반이다.

    저녁에 돌아와서 환히 웃는 얼굴 뒤엔

    세상에 휘둘리다 온 아픔이 녹아있다.

     

    2017, 7. 3

     

  • 자연법

    자연법

     

     

    수달 한 쌍 들랑 달랑

    식사를 하고 있다.

     

    극락교 아래 물고기가

    한 마리씩 지워진다.

     

    풍경風磬은 아파 우는데

    업연業緣 위에 뜬 구름

     

    큰스님 난간에서

    허허허 웃고 있다.

     

    불법의 나라에서도

    자연법이 우선이지.

     

    나직히 읊조리는 말

    나무 아미 타

  • 사월

    사월

     

     

    태화산 골물소리에  송홧가루 날린다.

    뻐꾸기 노래에도 노란 물이 들었네.

    술잔에 담아 마시네. 내 영혼을 색칠 하네.

     

    다람쥐 한 마리가 갸웃대며 보는 하늘

    무엇이 궁금한가 연초록이 짙어지네.

    온종일 앉아있으니 내 손 끝에 잎이 피네.

  • 세월

    세월

     

     

    처녀 시절엔 오빠 오빠

    결혼 후엔 아빠 아빠

     

    육십 넘자 방귀 뿡뿡

    거실에서 속옷 바람

     

    오빠는

    사라져버리고

    아빠만 남아있다.

     

     

    2017. 3. 16

  • 신문 안 보는 이유

    신문 안 보는 이유

     

     

    신문 칸칸마다 오 할은 소설이다.

    참신한 허구다 흥미 만점이다

    제 엄마 찌찌 본 것도 동네방네 소문낸다.

     

    공정성 정확성은 개에게나 줘버려라

    박수 치는 사람이 많으면 장땡이지

    촛불에 기대다 보면 특종 하나 건질 걸

     

    나라야 망하던 말 던 무엇이 대수던가

    양심의 곁가지에 벌집 하나 지어놓고

    솔방울 떨어만 져도 온 벌통 다 달려든다.

  • 스님

    스님

     

     

    잎 진 꼬부랑 길 바람처럼 오르는 스님

    불룩한 바랑 짐에 무에 그리 바쁘신가

     

    사바의

    한숨 담아다가

    씻어주려 한다네.

     

    2017.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