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시조

  • 전언傳言

    전언傳言

     

     

    된서리 고된 날도

    아비는 늘 푸르다

     

    세상의 모진 바람

    웃음으로 싸안으며

     

    닥쳐 올

    겨울 눈보라

    큰 산처럼 막아선다

     

    힘들 때 아비 등은

    기대라고 열려있다

     

    머리가 좀 컸다고

    혼자 아파 하지 마라

     

    언제나

    손 보태주라고

    아비가 있는 게다

     

     

     

  • 가을하늘

    가을하늘

     

     

    코스모스 피었는데

    세상은 어둡구나

     

    잠자리 도망치듯

    끝없이 올라간다

     

    인세人世에 도가 없으니

    하늘이라도 맑아야지

  • 산문에서 보면

    산문에서 보면

     

     

    속세에

    물린 사람

    향 피우러 올라가고

     

    풍경 소리로 씻은 사람

    말씀 들고 내려오고

     

    오가다

    서로 마주쳐

    나리꽃으로 피어나고

  • 텃새 물오리의 하루

    텃새 물오리의 하루

     

     

    살포시 두 발 저어 엄마 얼굴 그려보고

    북쪽 나라 어디쯤 있을 친구들도 그려보고

    온종일 그린 그리움 마구마구 지워보고

  • 또 한 해를 보내며

    또 한 해를 보내며

     

     

    제야의 종소리가

    가슴을 때리누나

     

    이뤄 놓은 것도 없이

    또 한 해가 흘러갔네

     

    올해는

    후회 않으리

    청홍꿈을 꾸어본다

  • 기다림

    기다림

     

     

    배롱 꽃에 늦더위가

    빨갛게 타는 오후

     

    서둘러 식혀주는

    한 줄금 매미 소리

     

    앞 뜰엔

    능금 알처럼

    기다림이 익는다

     

  • 섣달 귀향

    섣달 귀향

     

     

    겨울밤 내 고향은 함박눈으로 반겨주네

    설레는 잠속에서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

    온 밤 내 잠들다 깨다 어린 날로 돌아가네

     

    아침에 문을 열면 우렁우렁 일어서서

    눈꽃에 몸을 씻는 산바람 골물 소리

    철승산 큰 품을 열어 포근하게 감싸주네

     

    옛날을 그려보니 안 먹어도 배부른데

    골목길 담 벽마다 쟁쟁한 어머니 음성

    정들은 사람은 갔어도 마음 쉴 곳 여기네

  • 홍매

    홍매

     

     

    허공 한 점에

    은밀한 초경처럼

    진홍빛 설렘이

    살며시 벙글더니

    봄 어서

    오라는 손짓

    하늘 가득 저 환희

     

     

  • 금둔사 납월매

    금둔사 납월매

     

     

    사랑을 

    받아봐야

    사랑 주는 법도 안다

     

    금둔사 납월매는

    지허스님 숨결로 커

     

    매화야

    정 담아 부르면

    섣달에도 마음을 연다

     

    햐아 이 맛에

    중노릇을 하는기라

     

    정 주듯

    목탁소리 울림으로

    피운 매화

     

    참 도는

    아득하지만

    가슴마다 법열法悅이 인다

     

     

  • 마음이 허전한 날

    마음이 허전한 날

     

     

    마음이 허전한 날

    태화산 계곡에 가

     

    물소리로 몸을 닦고

    별빛으로 혼을 씻어

     

    한 송이 산나리 꽃으로

    노닐다가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