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鄕
옛집 앞 고샅 걸으니
세월만큼의 무게도 없다.
아이들 목소리
넘쳐나던 담 머리에
실각시잠자리 혼자
오수에 젖어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머리에 눈을 이고
반기는 웃음마다
가는 실금 어리었다.
빈 골목 퀭한 바람에
눈물 적시는 저녁놀…….
2010.5.5
보문산-봄
비 그치자 보문산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골안개 분칠하는 산기슭 따라 돌며
바람이 실가지마다 붉은 연지 찍고 있다.
회색빛 산색 속에 연초록이 묻어난다.
조용한 떨림으로 일어서는 소리들이
바위 틈, 낙엽 아래서 함성으로 일렁인다.
가을 편지
구봉산 산행 길에
단풍잎 하나 따서
아내의 화장대에
몰래 올려 놓았다.
아내를 사랑한다는
내 가을 편지이다.
얼핏 연 책갈피에
내게 보낸 연서 한 장
곱게 말린 단풍잎에
배어있는 고운 정성
아내도 날 사랑한다는
홍조 어린 답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