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계집애들 고무줄 하는데 심술쟁이 희수란 놈 시침 떼고 다가가서 고무줄 뚝 끊어놓으면
모두들 어이없어 동작 뚝, 흐르는 적막, “저 씹할 놈이” 상순이년 욕소리에 희수를 향해 몰려들 가는데, 봉자 년은 막대기 들고, 경자 년은 돌멩이 들고, 복자 년은 신발 벗어 들고, 운동장은 개판……
온종일 도망치려면 자르기는 왜 잘라.
2015. 1. 9
고무줄
계집애들 고무줄 하는데 심술쟁이 희수란 놈 시침 떼고 다가가서 고무줄 뚝 끊어놓으면
모두들 어이없어 동작 뚝, 흐르는 적막, “저 씹할 놈이” 상순이년 욕소리에 희수를 향해 몰려들 가는데, 봉자 년은 막대기 들고, 경자 년은 돌멩이 들고, 복자 년은 신발 벗어 들고, 운동장은 개판……
온종일 도망치려면 자르기는 왜 잘라.
2015. 1. 9
주홍 발찌
솔처럼 살겠노라
황사 짙은 세상에도
심충 모래밭에
난초 한 촉 심어놓고
어둠의 중심을 향해
꽃등 하나 켜들려 했지.
청청한 내 생生 위에
벌레 하나 숨어 커서
깊은 산골 물소리로
닦아내지 못한 얼룩
진주홍 지워지지 않을
발찌 하나 채운다.
2015, 1, 6
사는 것 우울할 때
-시장 풍경2
사는 것 우울할 때
시장 길 걸어본다.
상품권 몇 장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흥 넘친 호객 소리에
온 몸을 묻어본다.
머리 고기 한 점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고
알록달록 모자 하나
삐뚜름히 사서 쓰고
갈지자걸음 걸으면
흥청거리는 장마당.
엊그제 백화점에서
못 산 그 옷 사서 입고
고등어 한 손을
왼 손에 묶어 들면
근심들 말끔히 지워져
어깨춤이 절로 이네.
징검다리
큰물 지고나면 앞니 빠진 개구쟁이 되어 계집애들 울리던 학교 길 징검다리
건너뛸 수 있는데도 물에 첨벙 빠진 후에 새침떼기 복자에게 살며시 다가가서 등 살짝 내밀며는 능금모양 낯붉히고 엎혀오던 징검다리
오십 년 후딱 지났어도 그 자리에 서면 금방 핀 풀꽃처럼 언제나 싱싱한 설렘이여!
2014. 12. 9
운동화
소 뜯기러 뒷산에 갔다 놀란 소 때문에 새신 찢어먹고
가슴이 콩닥콩닥 얼굴은 화끈화끈 쇠줄 집어던지고 산등성이 왔다 갔다
죄없는 등걸 발길로 차며 벼락같이 소리도 지르다가 해 다 기울도록 산 못
내려오는데, 마중 나온 아버지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댓돌에 운동화 한 쌍, 눈물 왈칵 쏟게 하던 아침 등굣길.
2014. 11. 29
속울음으로 곡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