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시조

  • 여름 끝 무렵

     

    여름 끝 무렵


    국화꽃 멍울 부품도

    가슴 저린 일이어니

    분주한 고추잠자리

    이고 있는 하늘 가로

    손 털고 일어나 가듯

    미련 없이 가는 여름


     

    잠 깬 바람 여울목에

    쓸려가는 뭉게구름

    흥 파한 계곡마다

    돌 틈 가득 쌓인 공허

    보내는 마음 허전해

    눈시울 적셔보네.

    .


    2009. 9.12

  • 어머님 제삿날

     

    어머님 제삿날


    까치소리 몇 소절이

    살구나무 꽃눈을 쪼더니

    해질녘 빈 가지에

    두 세 송이 꽃등 밝혀

    어머니 젖은 목소리

    화향(花香)으로 오시다.


    지방(紙榜)에 반가움 담아

    병풍 아래 모셔놓고

    살아생전 못 드시던

    떡 과일 가득 차렸지만

    향불이 다 사위도록

    줄어들 줄 몰라라.


    빛바랜 추억담을

    갱물 말아 마시면서

    벽 위에 걸려있는

    초로 적 고운 사진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돌아갈 수 없는 세월.










     


  • 落花 紀行

     

    落花 紀行


    섬진강변 매화마을에

    매화꽃이 반쯤 져서


    진 꽃만큼

    시든 바람에

    한숨처럼 묻혀 간 봄


    제 눈물에

    젖은 가랑비

    울음 모아 흐르는 강



  • 단풍

     

    단 풍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뜨겁게 사르려고


    가슴 깊이

    묻었던 사랑

    모닥불로 피워 올려


    피울음

    끓는 아우성

    온 세상을 태운다.


  • 달맞이꽃

     


     달맞이꽃


    예닐곱 살 소녀의

    투정처럼 피어나서


    꽃잎마다 반짝이는

    천 개의 달빛을 받아


    그리움

    안으로 익은

    청청한 저 목소리


     

  • 철조망

     


    <시조>

    철조망


    산줄기 갈라 뻗은

    대진 고속도로 옆


    건넛산 그리움에

    넋 잃은 고라니 한 마리


    몽롱한 눈동자 속에

    피어오르는 오색구름




    밤마다 꿈속에선

    바람에 날개 달아


    그리움 매듭 풀어

    이슬 눈물 뿌렸지만


    새벽녘 꿈 깨어 보면

    건널 수 없는 철조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