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시조

  • 법주사에서

    법주사에서

     

    일주문 들어서며

    한 겹 옷 벗어버려

    천왕문 지나가며

    모든 허물 비워내도

    부처님

    앞에 서보니

    버릴 것이 많아라.

     

    절하며 뒤집는 손

    욕심 가득 담겨있어

    불국의 평화보다

    내 소망 먼저 빌어

    부처님

    자애론 미소

    내릴 곳이 없어라.

     

    2010. 9. 13

  • 이순耳順

    이순耳順

     

    지난 세월 화단 안에

    고운 일만 모종하고

    조금 남은 빈 터에

    심을 것을 그리다가

    첫 단풍

    물들던 날에

    모종삽을 놓았지.

     

    새 나무를 심기보다

    심은 나무나 잘 키우자.

    욕심은 묽게 풀어

    세월 밖에 던져놓고

    식은 해

    온기를 모아

    시린 세상을 밝혀보자.

     

    작년에 본 굽은 나무

    올해 보니 또 새롭다.

    잔가지 자를 때도

    망설이고 또 망설여,

    미운 것

    예쁜 것들을

    구별 않고 보는 나이…….

     

    2010. 9. 3

     

  • 시나위

     

    시나위


    젓대 해금 향피리에

    장구 징 따라 울면


    살풀이 춤 하얀 수건

    하늘은 출렁이고


    땀 젖은

    애달픈 소망

    머문 눈길에 익어있다.



    피리 소리 잦아들다

    목메어 찢어지면


    장구 가락 마디마다

    무슨 한이 그리 깊어


    휘도는 치맛자락이

    멈출 줄을 모르는고.



    2010. 7, 22

  • 등꽃 아래서

    등꽃 아래서

     

     

    한 몸처럼 서로 꼬아

    사랑을 확인하고

    붙안아 틔운 정을

    불씨로 피워 올려

    보랏빛

    약속으로 타는

    초여름의 저 불꽃

     

     

    등-꽃 아래에서

    사랑을 삭혀내어

    꽃바람에 날개 달아

    향기로 담아 날리자.

    갈등葛藤에

    속 타는 사람

    눈물자국 지워주자.

     

    2010. 8. 3

     

  • 세우細雨

     

    세우細雨



    대청호 빈 가슴이

    세우細雨에 젖습니다.

     

    갈대밭은 이따금

    물새를 토해내고


    무언가 허전한 마음에

    손을 담가 봅니다.



    손가락 적셔오는

    나직한 물결 소리


    물 밑에 가라앉은

    곰삭은 이야기들


    빗방울 저 혼자 울어 

    마음 젖어 옵니다.


    2010. 7. 18




  • 연꽃 밭에서

    연꽃 밭에서 

     

    어제 본

    천불전

    천 분의 부처님이

     

    연밭에

    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나서

     

    연화장 세계로 가는

    좁은 길이 열렸다.

     

     

    2010. 7. 5

  • 山寺

    山寺

     

     

    풍경은

    자려는데

    바람은 가만 두질 않네.

     

    모란꽃

    향기 담아

    추녀 가 스쳐 가면

     

    땡그렁

    풍경 소리에

    일렁이는 만 겹 달빛

     

    2010. 6. 10

  • 낚시질

     

    낚시질


    큰물 지나 양어장에

    잉어 탈출 소식 듣고

    태화천 맑은 물에 낚시 담가 기다리니

    잉어는 

    아니 물리고

    독경 소리만 퍼덕이네.


    마곡사 큰 스님 얼굴에

    관음보살 겹쳐져서

    낚싯줄 걷으려고 허리 구부리니

    낚싯대 

    부르르 떨어

    열사흘 달 이그러져.


    잉어를 건져 올려

    어망에 넣다 뺏다

    제기랄, 욕을 하고 물속에 집어던지니

    법열로 

    물맴 돌면서

    번져가는 물무늬.



    2010, 5. 30 아침



  • 磨崖三尊佛

    磨崖三尊佛

     

     

    불이문不二門 들어서니 사바는 문 밖이라

    연녹색 산빛이 彩雲채운처럼 둘러서서

    삼존불 풍성한 자비慈悲 밝혀들고 있구나.

     

    바위에 새긴 미소 암심岩心으로 뿌리 내려

    천 년을 깎아 내도 웃음은 못 지우고

    어깨 팔 떨어진 조각만 세월 흔적 그렸네.

     

    그 웃음 퍼내다가 마음에 새겨 두고

    잘 적 깰 적 떠올려도 닮을 수 없는 슬픔

    오늘도 웃는 연습에 하루해가 저문다.

     

     

    2010. 5. 18

  • 태화산의 오월

     

    태화산의 오월



    오월 태화산이

    소리의 베 짜고 있다.


    연두 빛 목소리가

    뭉클대는 등성이로


    목 젖은 두견새 울음

    철쭉꽃에 녹아든다.



    군왕대 맑은 지기地氣

    솔바람으로 퍼 올려서


    태화천 물소리에

    염불가루 곱게 타서


    돌부처 새겨진 미소

    사바세계로 보낸다.





     2010.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