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시조

  • 도자기 무덤

    도자기 무덤

     

     

    살점마다

    쌓인 한만큼

    달빛을 

    머금었다.

     

    삶의 

    받침대에

    손때 한 번 

    못 묻히고

     

    지옥 불 

    나오자마자

    깨져버진 생명들아!

     

    2015. 12. 25

     

  • 제비꽃

    제비꽃

    이파리 하나라도 들킬까봐 움츠리고

    풀 뒤에 숨어 읊조리는 자줏빛 저 고백을

    가다가 쪼그려 앉아 하염없이 듣고 있네.

    2015. 12. 5

  • 죽림竹林의 저녁

    죽림竹林의 저녁

     

     

    있고 술 있으면

    내 집이 죽림竹林이지

     

    바람에 씻긴 달을

    맛있게 시로 깎아

     

    아끼는 술친구 불러

    술안주로 내놓다.

     

     

    2015. 10. 15

  • 각성覺性의 가을

    각성覺性의 가을

     

     

    하루살이에 비하면 짧은 삶이 아니었네.

    매미의 마지막 노래 초록 잎에 꽃물 들여

    온 산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구나

  • 모란

    모란

     

     

    모란꽃 모든 귀들은

    법당 쪽으로만 기울어 있다.

     

    불경소릴 들으려고

    깃 세워 퍼덕이던

     

    一念이 영글어 터진

    저 간절한 날갯짓

  • 호박

    호박

    비탈밭 마른 덩굴에

    호박 혼자 늙어간다.

    씨 뿌린 할마시는

    오는 걸 잊었는가.

    마을로 내려가는 길

    망초꽃만 무성하다.


    2015. 7. 16

  • 푸념

    푸념

     

     

    친구 상가 들렀다가 새벽 두 시 들어와서

    열 시까지 잠자다가 열한 시 차 타고 가선

    아빠야, 지난 삼월에 아빠 보러 갔었잖아.”

     

    아들아, 네가 무슨 스쳐가는 바람이냐?

    네 자취 희미해서 왔던 기억 전혀 없다.

    길 가다 문득 만나도 몰라볼까 두렵다.

     

    2015, 3, 14

  • 시조 쓰는 이유

    시조 쓰는 이유



    내 행복

    듬뿍 풀어

    시조 한 수 빚는다.


    툰드라의 가슴마다

    햇살 씨앗 깊게 심어 


    벌 나비

    날갯짓 하는

    봄꽃 가득 피우려고.



    2015. 3. 7

  • 홍시

    홍시



    누군가

    핏빛 소망

    불꽃으로 피워놓았나.


    칼바람에 갈고 갈아

    심지만 남았다가


    하늘의 

    무게에 눌려

    반짝 하고

    타는 말씀.

  • 성城



    돌 틈마다 세월의 무게가 돌이끼로 덮여있다.

    깨어진 기왓장에 박혀있는 삶의 무늬

    시간이 스쳐 온 자리 스며있는 눈물과 한숨

    무너져도 일어서는 분노를 다독이며

    단심丹心 의혈義血이 꽃처럼 지던 그 날

    함성이 떠난 자리에 흰 구름만 떠도네.

    무엇을 깎아내려 밤새도록 쏟아 부었나

    비바람 지나간 성터 수목 빛이 더욱 곱다.

    역사는 지우려할수록 더 파랗게 살아난다.


    2015,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