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시조

  • 중앙시장에서-시장 풍경1

    중앙시장에서

                -시장 풍경1

    삶은

    상점마다

    색색으로 꽃을 피웠다.


    꺾여지고

    다시 피는

    억척스런

    사연들이


    점멸등 깜빡거리듯

    교차되는 중앙시장

  • 가정

    가정


     열면 안겨오는 

    아내의 웃음꽃다발


    곤두섰던 털 재우고

    바람 묻은 외투를 벗으면


    내민 손 반가운 눈빛에서

    일어서는 봄 햇살


    2014. 12. 24

  • 징검다리

    징검다리


    큰물 지고나면 앞니 빠진 개구쟁이 되어 계집애들 울리던 학교 길 징검다리

    건너뛸 수 있는데도 물에 첨벙 빠진 후에 새침떼기 복자에게 살며시 다가가서 등 살짝 내밀며는 능금모양 낯붉히고 엎혀오던 징검다리

    오십 년 후딱 지났어도 그 자리에 서면 금방 핀 풀꽃처럼 언제나 싱싱한 설렘이여!


    2014. 12. 9

  • 운동화

    운동화


    소 뜯기러 뒷산에 갔다 놀란 소 때문에 새신 찢어먹고

    가슴이 콩닥콩닥 얼굴은 화끈화끈  쇠줄 집어던지고 산등성이 왔다 갔다

    죄없는 등걸 발길로 차며 벼락같이 소리도 지르다가 해 다 기울도록 산 못

    내려오는데, 마중 나온 아버지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댓돌에 운동화 한 쌍, 눈물 왈칵 쏟게 하던 아침 등굣길.



    2014. 11. 29

  • 낙화2

    낙화2

     

    아름답게

    이별하고 있다.

    진종일 지는 벚꽃잎들은

     

    찰나를 불태우고서

    바람에 날개 달아

     

    가볍게 날아 떠나는

    저 분분한

    이별

    이별……

     

    2014. 11. 26

  • 속울음으로 곡을 하다-엄기환 화백의 죽음을 슬퍼하며

    속울음으로 곡을 하다

             – 엄기환 화백의 죽음을 슬퍼하며


    부음訃音은 안개처럼
    내 마음을 헝클어놓았다.

    사는 것 
    하나하나가
    그림 같던
    멋진 아우

    고향에 아우가 있어
    해질 무렵엔 가고팠는데……

    붓질 한 획마다
    살아나던 눈부신 세상

    층암절벽
    왕소나무
    천 길 폭포
    물소리

    그림을 그리다 말고
    왜 그리 서둘러 가셨는고.


    2014. 11. 8

  • 퇴임退任 이후

    퇴임退任 이후

     

     

    한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삶으로 건너가기는

    이웃마을 마실가듯

    편한 일은 아니다.

    익숙한 옷들을 벗고

    눈발 아래 서는 일이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밤으로만 비틀거리며

    지난 세월 실을 뽑아

    새 날의 그물을 짜며

    또 한 발

    못 가본 바다에

    의 기를 세운다.

     

     

    2014. 11. 2

  • 낮달

    낮달



    가을비가 씻어놓은

    아가의 뽀얀 볼에

    엄마가 일 나가면서

    뽀뽀뽀 하고 갔는가,

    잠든 채

    찍어놓다가

    일그러진 입술 자국. 



    햇살이 눈부셔도

    방긋 웃는 아가 얼굴

    초록별 이야기를

    가슴 가득 품고 있네.

    비단강

    노를 저어서

    어디 멀리 가고 있나. 



    2014. 10. 24

  • 아우성

    아우성

     

    늦가을 아침

    산의 속살 더 정결하게 드러난다.


    긴 여름 들끓던 폭염

    가둬 키운 단풍 한 잎


    마지막

    못다 한 사랑

    펄럭이는 아우성

     

     

    2014. 10. 24

     

  • 주름살 – 시장 풍경 3

    주름살

         – 시장 풍경3 



     

    호박잎 두어 묶음

    마늘 감자

    서너 무더기

     

    서둘러

    달려가는

    찬바람의 뒤꿈치에

     

    할머니

    얼굴에 파인

    장마 뒤의

    깊은 계곡


    2014,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