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시조

  • 해돋이를 보며

    해돋이를 보며

     

     

    솟구치는 저 열정을

    그믐으로 벼리다가

     

    애모愛慕의 용솟음

    누를 수 없는 새벽

     

    환희여, 그 큰 함성으로

    누구에게 가느냐

     

    보내고 이는 한숨을

    잔물결로 식혀가며

     

    실연失戀의 빈 가슴에

    해당화를 피우면서

     

    세월은 날개 달아도

    변함없는 내 사랑

  • 가을 달밤

    가을 달밤

     

     

    귀뚜라미 노랫소리

    달빛에 알알이 꿰어

    목거리 걸어준다

    반짝반짝 빛이 나네

    입가에 미소 한 송이

    커피향이 흐르는 밤

  • 제일 그리운 이름

    제일 그리운 이름

     

     

    고향이다 장다리꽃

    개구리 울음 아롱대는

     

    단발머리 누님이다

    치마로 코 닦아주던

     

    달빛에

    화석이 되어

    자식 빌던 어머니다

     

     

  • 개떡

    개떡

     

     

    개구리 소리 체로 쳐서

    보릿겨 반죽하고

    별들을 솜솜 뿌려

    반짝반짝 맛을 내서

    어머니

    제사상에다

    별미라고 놓는다

     

  • 매미 허물

    매미 허물

     

     

    누군가 속마음을

    벗어놓고 떠난 자리

     

    화장 지운 여자처럼

    창백한 낮달처럼

     

    뜨겁게

    불사르고 간

    그 여름의 시든 노래

     

     

  • 어머니 달빛

    어머니 달빛

     

     

    어머닌 웃음 속에 늘

    만월 하나 키우신다.

    정안수에 뿌리박고

    기원으로 자란 달빛

    이 아들 밤길 걸을 때

    앞서가며 밝혀주네.

     

     

     

     

  • 아마릴리스

    아마릴리스

     

     

    햇살 같은 웃음으로

    어머니 다녀간 걸

    시든 후에야 알았네.

    뒷모습만 보았네.

     

    절절히 그리운 채로

    미라가 된 꽃잎이여

     

     

     

  • 산사의 겨울

    산사의 겨울

     

     

    산사의 소나무는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목탁소리

    씻고 씻어

    순결처럼 맑은 게송偈頌

     

    눈 감고 혼을 벼린다.

    만수향내 입힌다.

     

     

    2021. 3. 19

     

  • 산사의 가을

    산사의 가을

     

     

    인가의 비린내가

    산문에 막혀있다.

     

    오늘도 돌부처는

    따뜻하게 웃고 있네.

     

    세상은 어지러워도

    믿음으로 얻은 평화

     

     

    사바와 불계가

    산문으로 나눠질까

     

    산 속의 저녁놀은

    속세까지 이어졌네.

     

    온세상 부처님 말씀으로

    새빨갛게 익은 가을

     

     

    2021. 3. 19

     

     

  • 산사의 여름

    산사의 여름

     

     

    베개 밑 골물소리에

    초록 향기 묻어온다.

     

    여승은 밤 깊도록

    무슨 소원 저리 빌까.

     

    목어木魚

    비우고 비운

    꿈 밭 머리 별이 뜬다.

     

     

    2021.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