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제3시조집

  • 애국지사 묘역에서

    애국지사 묘역에서

     

     

    아 저기 창공에다 목소리를 달고 싶다

    만주 벌판 말 달리며 나라 위해 몸 바치던

    선조들 온몸으로 외친 그 기도를 올리고 싶다

     

    피 흘리는 가슴 속에 꼭꼭 숨겨 간직했던

    평화의 흰 바탕에 꿈틀대는 청홍 태극

    온 세계 용틀임하는 그 자랑을 달고 싶다

  • 삼월

    삼월

     

     

    목련이 허공위에

    첫정을 붉힌 것은

     

    당신을 향한 마음

    남몰래 부풀리다

     

    이제는

    참지 못하고

    터졌다는 고백이다

     

  • 가을 산

    가을 산

     

     

    시든 몸 빛바랜 얼굴

    저리 고울 리가 없다

     

    한여름 모진 신열

    용암처럼 들끓다가

     

    갈바람

    서리로 식혀

    아우성을 놓는 자태

  • 경고

    경고

     

     

    있을 때 이 말 하고

    없을 땐 저 말 하고

     

    수시로 말 바꾸어

    세상을 희롱하면

     

    언젠가 큰 코 다치리

    큰 일 하는 사람들아

  • 단풍

    단풍

     

     

     

     매미들아 지난여름

    한스럽게 울어대더니

     

    잎새마다 진한 멍울

    양각으로 찍혔구나

     

    사람들

    가슴마다로

    옮겨 붙는 저 아픔

  • 어머니가 고향이다

    어머니가 고향이다

     

     

    어머니 없는 마을은 고향도 타향 같다

    어둔 밤 재 넘을 제 마중 보내 반긴 불빛

    된장국 끓이던 향기 잡힐 듯이 그립다

     

    빈 집의 살구꽃은 왜 혼자서 타오르나

    돌절구 돌 맷돌은 버려진 채 비를 맞고

    노을 녘 부르던 목소리 귀에 쟁쟁 울려온다

     

    어머니 가시던 날 고향도 따라갔나

    어린 날 추억들은 밤 새 소리에 아득하다

    허전해 돌아가는 발길 어머니가 고향이다

     

     

  • 물 위에 쓴 편지

    물 위에 쓴 편지

     

     

    물오리 한숨 풀어

    물 위에 편지를 쓴다

    썼다 지운 이야기는

    꽃잎으로 떠도는가

    옛날은 희미해지고

    향기만 가득 풍겨온다

  • 산안개

    산안개

     

     

    한여름 비온 날 아침 산봉우리 올라 보니

    초록빛 골짜기마다 시루떡 찌고 있다

    담 너머 떡 사발 나누던 고향생각 아롱댄다

     

  • 가을 저녁

    가을 저녁

     

     

    커피 잔 채워놓고

    벤치에

    앉아 보니

     

    샛노란

    은행잎에

    세월이 배어 있다

     

    커피 향

    그리운 얼굴

    아롱아롱 하구나

  • 여적

    여적

     

     

    노을이 부서지네

    두루미 부리 끝에

    짝 잃은 눈동자에

    허전한 가을바람

    맴돌다

    한숨이 되어

    어둠으로 덮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