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제3시조집

  • 그리움 옹이 박혀

    그리움 옹이 박혀

     

    이 빠진 징검다리

    뻐꾸기 울던 날에

    한 번 건너 준 후

    그리움 옹이 박혀

    평생을

    내려놓고

    업고 가는 사람아

  • 설렘으로 오는 봄

    설렘으로 오는 봄

     

     

    골짜기 눈 녹는다고

    산비둘기 구구구구

     

    복수초 꽃 핀다고

    설레어서 구구구구

     

    봄 아직 반도 못 왔는데

    목이 벌써 쉬었다

  • 세석평전의 오월

    세석평전의 오월

     

     

    뻐꾸기 한 푸념이

    한 송이씩 망울 틔워

    메아리 번지듯이

    산비탈을 오르다가

    철쭉은 박장대소로

    꽃 바다를 이뤘다

     

    산은 나를 불러놓고

    온종일 웃기만 하고

    나는 산이 되지 못해

    염화시중 못 이뤄도

    꽃빛에 물이 들어서

    근심 바랑 가볍다

     

  • 산촌 서정

    산촌 서정

     

     

    산촌 살림에는

    온 마을 다 한 식구라

     

    해질녘 다랑논을

    반달만큼 못 채우면

     

    사립문 열린 집마다

    손 하나씩 보태준다

     

     

    젊은이는 돈 번다고

    도시로 다 떠나고

     

    홀아비 외딴 집에

    지난밤 불이 꺼져

     

    정 많은

    큰소쩍새는

    밤새 안부 묻는다

  • 사랑의 정석

    사랑의 정석

     

     

    편지도

    메시지도

    전화도 묶어놓고

     

    그 얼굴

    그 그리움

    꾹꾹 눌러 참아내니

     

    뜨겁게

    발효되어서

    깊은 맛으로 익었네

  • 사랑의 정석

    사랑의 정석

     

     

    편지도

    메시지도

    전화도 돌려놓고

     

    그리움

    보고픔을

    꾹꾹 눌러 참다보니

     

    사랑이

    발효되어서

    깊은 맛으로 익었네

  • 달빛 이불

    달빛 이불

     

     

    새벽달 조명처럼 으스름 비춘 침대 위에

    주름살 자글자글 꽃무늬 진 여자 하나

    굳센 체 떨림을 감춘 들풀 같은 사내 하나

     

    꿈결인 듯 손을 잡고 살아온 세월인데

    자다가 문득 깨니 단풍으로 물든 인생

    눈물로 달빛 끌어다 시린 숨결 덮어주네

  • 그믐달

    그믐달

     

     

    무심히 스치는 듯

    울안 샅샅 다 살피며

     

    새벽까지 온 나라의

    평안 위해 잠 못 드는

     

    대통령

    우리 대통령

    참 그리운 대통령

     

     

  • 개망초꽃

    개망초꽃

     

     

    모였다

    소리쳤다

    울림으로 큰 목소리

     

    팔황의 부정한 것

    씻은 듯 물러가라

     

    작지만 뭉쳐 외치는 함성

    온 세상이 환하다

  • 치매 걸린 아내에게

    치매 걸린 아내에게

     

     

    자다가 문득 보니 주름살엔 새벽 달빛

    아내여, 함께 온 길 망각으로 지웠구나

    덧없다 덧없다 해도 무심히 가는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