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제3시조집

  • 내 고향 가교리

    내 고향 가교리

     

     

    눈뜨면

    내려오던

    남가섭암 목탁소리

     

    풀꽃 향 피워내던

    마곡천 여울소리

     

    타향을

    떠돌더라도

    돌아갈 곳 하나 있다

     

    골목에서

    마주치면

    정답게 웃어주고

     

    어려운 일 있을 때면

    내 일처럼 도와주던

     

    서러움

    깊어질수록

    힘이 되는 내 고향

     

     

  • 마곡사에서

    마곡사에서

     

     

    부처님 저 미소를 한 동이 길어다가

    한여름 목물하듯 여의도에 뿌려주면

    금강경 소리 따라와 욕심의 때 씻어낼까

     

  • 일편단심

    일편단심

     

     

    겨울만 무성한 뜰에

    한 줄기

    봄빛인가

     

    굽었던

    허리 펴고

    소리 한 번 내지르니

     

    홍매화

    꽃가지마다

    영글어 핀

    일편단심

  • 들녘에 나와 보니

    들녘에 나와 보니

     

     

    들녘에 나와 보니

    가을 벌써 저물었다

     

    먼지구름 덮인 나라

    힘없음을 한탄하니

     

    된서리 내린 머리에

    눈 그림자 어린다

  • 남은 것은 아프다

    남은 것은 아프다

     

     

    찔레꽃 피는 길로

    어머니 떠나던 날

     

    뻐꾸기 하루 종일

    눈물로 우짖었지

     

    목숨의

    피고 짐 사이

    남은 것은 아프다

  • 곡선미

    곡선미

     

     

    어머니 버선볼에

    일어선 선 하나가

     

    기와집 처마 따라 나비처럼 너울대다

     

    하늘에

    높이 떠올라

    반달 되어 걸렸다

     

    달항아리 어깨선에

    핏속으로 울려오는

     

    조상님들 그 말씀이 옹이모양 박혀있다

     

    자연과

    한몸 되어라

    혼자 튀지 말아라

     

  • 상강 무렵

    상강 무렵

     

     

    하늘에 걸린 달은

    세상을 비워내고

     

    호수에 어린 달은

    내 마음을 씻어낸다

     

    첫 서리

    때를 맞추어

    세상 걱정 접으리

     

  • 주홍글씨

    주홍글씨

     

     

    내 삶의 지류에서 침몰하는 꽃잎인가

    소쩍새 울음 끝에 향기처럼 묻어와서

    가슴을 뒤집어놓고 불꽃 접는 그 소녀

     

    이 빠진 징검다리 일렁이던 인연의 줄

    한 번 업은 후에 평생을 못 내려놓아

    이름을 가슴에 새겨 질긴 형벌 되었다

     

    물소리 풀 향기에도 울렁대는 돌개바람

    흰 구름 가는 곳에 노을인 듯 익어있을까

    청자에 상감으로 박혀 지울 수 없는 낙인

     

     

  • 소쩍새 우는 사연

    소쩍새 우는 사연

     

     

    달빛이 비운 산을 노래로 채우는 새

    소쩍쿵 소쩍소쩍 온밤 내내 들끓다가

    정념이 흘러넘쳐서 초록이 더욱 깊다

     

    슬픔도 길들이면 기쁨으로 피는 것을

    오뉴월 소쩍새처럼 흥타령 살다 가세

    온 세상 아픈 일들도 큰 박수로 닦아내세

     

     

  • 제비 나라

    제비 나라

     

     

    말 한 마디 뿌려지면 살판났다 지지배배

    옳고 그름 제쳐두고 꼴리는 대로 지지배배

    인구는 줄어가는데 소음들로 꽉 찬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