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제3시조집

  • 고향 아닌 고향

    고향 아닌 고향

     

     

    엊그제 간 고향은

    타향처럼 낯설었지.

    뻐꾹새 목소리도

    멍들어 짓물렀고

    냉이 향 정답던 얼굴

    비어서 퀭한 골목

     

    떠날 때 두고 갔던

    내 어린 날 어디 갔나.

    앞산은 못 본 사이

    키가 팍 줄어들고

    어머니 모닥불 웃음

    잔디 덮고 누웠데.

     

     

    2021. 2. 21

     

  • 산사의 봄

    산사의 봄

     

     

    은적암隱寂庵 염불 소리는

    봄이 와도 늘 혼자다.

    속세를 멀리 두면

    번뇌煩惱 또한 멀어질까

    풍경은 바람이 나서

    달만 보면 울어댄다.

     

    한평생 외로움을

    친구처럼 못 버려서

    봄에나 흔들림을

    호사好事로 즐기거니

    목탁을 만 번 쳐봐도

    더 아득한 깨달음

     

    2021. 1. 25

    충청예술문화108(20213월홈)

     

     

  • 범종梵鐘 소리

    범종梵鐘 소리

     

     

    사자후獅子吼

    일갈一喝

    사바娑婆를 깨워내어

     

    말씀으로 쓸어내는

    수천 겁 업연業緣의 짐

     

    돈오頓悟

    열리는 소리

    저 법열法悅의 긴 울림

     

     

    2021. 1. 17

     

  • 자목련

    자목련

     

     

    허공 한 점에 초경初經이 비치더니

     

    빛보다 소리보다

    향기가 먼저 익어

     

    선명한

    진통의 빛깔

    빅뱅으로 열린 우주

     

    2021. 1. 8

     

  • 계룡의 숨결

    계룡의 숨결

     

     

    누구를 사랑하기에 저 간절한 몸짓인가

    이 골 저 골 물소리로 가냘픈 것들 보듬어 안아

    백설이 분분한 시절에도 초록 띠를 둘렀다.

     

    저녁이면 목탁소리 산 아래 마을 씻어주네.

    솔향기 꽃빛 노을 봉송奉送처럼 싸서 보내

    충청도 처맛가마다 깃발처럼 걸린 평화

     

    산봉마다 둥글둥글 원만한 저 모습이

    삼남을 아우르는 충청도 사랑이라

    계룡의 저 높은 숨결 충청인의 기상이라.

     

     

    2020. 12. 19

    시조사랑20(2021년 봄호)

     

  • 유등천의 가을

    유등천의 가을

     

     

    두루미 한 마리가

    먼 산을 보고 있다.

    한 다리로 지탱하는

    외로움의 무게만큼

    두루미 길게 늘인 목

    기다림의 절절한 길이

     

    한 달 째 오지 않아

    옆구리에 퀭한 바람

    보여줄 코스모스

    피었다 다 지는데

    휘도는 구름 그림자

    물소리에 익는 적막

  • 장마

    장마

     

     

    하늘의 숨결 모아

    대청호는 만삭이다.

     

    어릴 때 묻고 떠난

    내 풋사랑 익었을까

     

    그리움 연꽃으로 올라

    대청호는 순산이다.

     

     

    2020.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