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구치는 저 열정을
그믐으로 벼리다가
애모愛慕의 용솟음
누를 수 없는 새벽
환희여, 그 큰 함성으로
누구에게 가느냐
보내고 이는 한숨을
잔물결로 식혀가며
실연失戀의 빈 가슴에
해당화를 피우면서
세월은 날개 달아도
변함없는 내 사랑
귀뚜라미 노랫소리
달빛에 알알이 꿰어
목거리 걸어준다
반짝반짝 빛이 나네
입가에 미소 한 송이
커피향이 흐르는 밤
고향이다 장다리꽃
개구리 울음 아롱대는
단발머리 누님이다
치마로 코 닦아주던
달빛에
화석이 되어
자식 빌던 어머니다
개구리 소리 체로 쳐서
보릿겨 반죽하고
별들을 솜솜 뿌려
반짝반짝 맛을 내서
어머니
제사상에다
별미라고 놓는다
누군가 속마음을
벗어놓고 떠난 자리
화장 지운 여자처럼
창백한 낮달처럼
뜨겁게
불사르고 간
그 여름의 시든 노래
어머닌 웃음 속에 늘
만월 하나 키우신다.
정안수에 뿌리박고
기원으로 자란 달빛
이 아들 밤길 걸을 때
앞서가며 밝혀주네.
햇살 같은 웃음으로
어머니 다녀간 걸
시든 후에야 알았네.
뒷모습만 보았네.
절절히 그리운 채로
미라가 된 꽃잎이여
산사의 소나무는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목탁소리
씻고 씻어
순결처럼 맑은 게송偈頌
눈 감고 혼魂을 벼린다.
만수향내 입힌다.
2021. 3. 19
인가의 비린내가
산문에 막혀있다.
오늘도 돌부처는
따뜻하게 웃고 있네.
세상은 어지러워도
믿음으로 얻은 평화
사바와 불계가
산문으로 나눠질까
산 속의 저녁놀은
속세까지 이어졌네.
온세상 부처님 말씀으로
새빨갛게 익은 가을
베개 밑 골물소리에
초록 향기 묻어온다.
여승은 밤 깊도록
무슨 소원 저리 빌까.
목어木魚로
비우고 비운
꿈 밭 머리 별이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