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순을 만나다

몬순을 만나다

 

 

아라비아해로 들어서자 몬순이 마중 나왔다.

배는 좌우로 거칠게 흔들리고

선속船速은 떨어져 4, 5 노트

갈 길은 까마득한데

 

인도양 몬순에는 도망갈 곳이 없다

몬순의 어금니가 배의 옆구리를

상어처럼 물어뜯어도

수마트라 섬을 지나면 아덴만까지 삼천 마일

바람을 막아줄 섬 하나 없다.

 

화물들은 좌우로 요동치며 비명을 지르고

어제 먹은 라면마저 모두 토해내는데

지옥이다.

이 황천항해는 도무지 정이 들지 않는다.

 

바람과 배의 방향이 수직에서 벗어나게

항로를 틀어보지만

헤비 웨더 속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다 왔다. 다 왔다

선장은 주문呪文처럼 같은 말로 독려하지만

나는 무슨 영화榮華를 보려고

배를 타고 이 폭풍 속을 헤매고 있는가.

 

부서진 집기처럼 깨어진 소망들이

선상에 널려있는 풍경을 보며

멀리서 아덴만이 손을 흔든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처럼 바다에는

거대한 무지개가 떴다.

 

 

 

2022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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