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시조

  • 난꽃

    난꽃

     

     

    당신이 두고 떠난 화분을

    치우려는데

    밤사이 망울 틔운

    햇살 같은 웃음 한 송이

     

    정말로

    미안하다고

    마음으로 전하는 말

     

     

    2020. 3. 1

  • 코로나에 갇힌 봄

    코로나에 갇힌 봄

     

     

    비둘기 콕콕콕콕 유리창 두드린다.

    매화 봉오리에 봄물이 오르는데

    방문을 닫아걸고서 하루 종일 뭘 하냐고

     

    를 읽어봐야 바람 든 무맛이다.

    태엽 풀린 시계처럼 하루는 늘어지고

    봄날은 코로나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네.

     

    피하고 도망만 가면 꽃피는 봄 못 보리라.

    떨치고 일어서서 절망을 이겨내세.

    나라가 어려울수록 혼자 살려 하지 말자.

     

     

    2020. 2. 28

  • 고목古木에게

    고목古木에게

     

     

    가끔은 너를 위해서

    몇 송이 쯤 꽃 피우렴.

    저녁놀 지는 삶에

    시도 쓰고 노래도 하며

    불꽃을 피워 올리듯

    멋진 사랑도 하여보렴.

     

    젊음이 익었다는 건

    흔들림도 멈췄다는 것

    때 묻은 도화지에도

    예쁜 그림 그릴 나이

    인생을 장미 빛으로

    다시 한 번 그려보자.

     

     

    2020. 2. 17

  • 칡꽃

    칡꽃

     

     

    사랑도 집착이라

    칭칭 감고 올라가서

     

    자줏빛 환희를

    마디마다 매달았네.

     

    갈등葛藤

    꽃으로 삭여

    풀어내는 저 함성

     

     

    2020. 1. 30

  • 봄날

    봄날

     

     

    이쁜이는 열여덟 살

    푹 익은 찰 토마토

     

    타는 몸 붉다 붉다

    터질 듯 꼭지 돌아

     

    눈웃음 살짝 보내면

    톡 하고 떨어지겠네.

     

     

    2020. 1. 6

  • 설화雪花

    설화雪花

     

     

    옷 벗은 빈 산하山河엔 달빛이 창백한데

    홀연 함성처럼 일어서는 북 소린가

    새벽에 박수 치며 온 저 사나이 너털웃음

     

    시들었던 팔과 다리 넘치는 빛의 향연饗宴

    깨어진 아픔 위에 덧 피어난 무궁화여

    청년아, 서릿발 같은 깃발 하나 세우거라.

     

     

    2020. 1. 5

  • 아내의 푯말

    아내의 푯말

     

     

    아내가

    가슴 속에

    푯말 하나 세웠다기에

    깊은 밤 꿈을 열고

    마음 살짝 엿봤더니

    정 헤픈

    남자는 사절”

    붉은 글씨로 써 있네.

     

     

    2019. 12. 14

     

  • 가을 연서

    가을 연서

     

    단풍 물에 담갔다가 국화 향에 말린 사랑

    종소리에 곱게 담아 가을 연서 보내주면

    네 가슴 굳게 닫힌 문 까치집처럼 열릴까

     

     

    2019. 10. 25

  • 호수

    호수

     

    물안개

    돌개바람

    못 말리는 개구쟁이

     

    앞산을

    간질이다

    싫증 난 저 심술이

     

    잠자던

    물새 몇 마리

    토해내고 있구나.

     

  • 부처님 웃음

    부처님 웃음

     

    부처님 웃음 길으러

    마곡사麻谷寺 다녀오는 길에

    산 아래 찻집에서

    한 바가지 떠 주었더니

    웃음 탄 연잎 차 맛이

    향내처럼 맑고 깊다.

     

    덜어도 줄지 않는

    저 무량無量한 자비慈悲의 빛

    구름 낀 세상마다

    꽃으로 피는 저 눈짓을

    아내여, 혼자 보라고

    대낮같이 밝혔겠는가.

     

    향불 꺼진 법당에서도

    을 건너 웃는 뜻은

    사바 업장 쓸어내는

    범종소리 울림이라

    오가며 퍼준 그릇이

    텅 비어서 가득 찼네.

     

     

    2019.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