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연서
눈꽃 위에 달빛 차서 마음이 시린 새벽
매화 분에 일점홍一點紅이 심등心燈에 불을 밝혀
맑은 향 한 방울 찍어 붉은 연서 보낸다.
내 마음 보낸 사연 서랍 가득 쌓였을까
꿈에 간 내 발길에 님의 문턱 닳았으리.
잠결에 매화 향 풍기면 내가 온 줄 아소서.
2018. 1. 29
매화 연서
눈꽃 위에 달빛 차서 마음이 시린 새벽
매화 분에 일점홍一點紅이 심등心燈에 불을 밝혀
맑은 향 한 방울 찍어 붉은 연서 보낸다.
내 마음 보낸 사연 서랍 가득 쌓였을까
꿈에 간 내 발길에 님의 문턱 닳았으리.
잠결에 매화 향 풍기면 내가 온 줄 아소서.
2018. 1. 29
방포 일몰
새빨간 불구슬
누가 박아 놓았을까
스르르 구르다가
반쯤만 걸린 것을
파도가
꿀꺽 삼키고
펄떡펄떡 뛰고 있네.
2018. 1. 13
비닐 편지
도시를 탈출하다 첨탑에 꿰인 비닐
무엇을 외치려고 비명처럼 몸 흔드나
땅거미 날개 펴듯이 쏟아지는 검은 종소리
한 집 걸러 한 개씩 십자가는 불 밝혀도
사랑은 말라가고 죄인은 더 많아지나
어둠의 세상 자르려 초승달 칼 하나 떴네.
소음뿐인 도시에 사랑은 죽었더라.
난민인 양 탈출하다 한 조각 꿈 깨어지듯
십자가 못 박힌 채로 늘어지는 비닐봉지.
2018. 1. 6
무상無常
다랑논엔 벼 대신 병꽃만 피어있다.
할아버지 발걸음 끊어진 지 너댓 해
두견새 울음소리만 맴돌다가 사라진다.
떡갈나무 몇 그루 자리 잡고 누워있다.
멧돼지 목욕하러 밤마다 내려오는
시간이 빨리 흘러서 해가 쉬이 지는 마을
2017. 12. 4
홍시
따지 마라, 알몸으로
매달릴 형벌이다
온 여름 마신 햇살
펄펄 끓는 저 육신을
한 조각
남을 때까지
보시布施할 업연이다.
2017. 10. 26
『한국현대시』 2017 하반기호
세월의 그림자
나이를 먹을수록 가슴이 얇아진다.
손 한 번만 잡아주면 마음을 다 주고 싶고
아픈 말 한 마디에도 쉽게 멍이 든다.
2017. 10. 23
가을의 노래
창공을 불러내려
팔각지붕에 펼쳐놓고
굴곡진 꼭지마다
아픈 일들 걸어 말리면
바람에
씻겨가면서
국화처럼 향이 밴다.
2017. 10. 11
엄마
대패는기억의
표피부터 깎아낸다.
세월의 맨 안 벽에
옹이처럼 새겨진 말
엄마아,
보석 같은 말
지워지지 않는 그 말
2017. 8. 24
아버지
ᄒᆞ나
아버지 제삿날 저녁 생전의 사진 보니
지금의 내 모습이 거울 속에 비춰있네.
평소에 못마땅하던 것도 어찌 저리 닮았을까
2017, 6. 24
둘
불쌍한 사람 보면 그냥 못 지나가서
동장군 유난하던 정유 겨울 늦은 밤에
추위에 떨던 거지를 집안에 들이시니
2017, 7. 2
세
어머니 가슴에서 형님 뺏어 짊어지고
햇볕 고인 양지쪽에 돌무덤 만들고서
남몰래 쏟은 통곡에 도라지꽃 피었다.
2017. 7. 13
네
육이오 끝 무렵 왼손에 총을 맞아
굽은 손 모진 통증 평생을 살면서도
가족을 먹여 살리려 거친 땅을 일구셨지.
2017. 7. 18
다ᄉᆞᆺ
아버지 웃음 속엔 고뇌가 절반이다.
저녁에 돌아와서 환히 웃는 얼굴 뒤엔
세상에 휘둘리다 온 아픔이 녹아있다.
2017, 7. 3
자연법
수달 한 쌍 들랑 달랑
식사를 하고 있다.
극락교 아래 물고기가
한 마리씩 지워진다.
풍경風磬은 아파 우는데
업연業緣 위에 뜬 구름
큰스님 난간에서
허허허 웃고 있다.
불법의 나라에서도
자연법이 우선이지.
나직히 읊조리는 말
나무 아미 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