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을 닦으며

 

유리창을 닦으며


아파트 유리창을 닦는다.

골짜기마다 감추고 있는 보문산의 비밀이

가까이 다가온다.


산밑 낮으막한 등성이에서

불꽃을 피워 올려

산벚꽃 연분홍으로 슬금슬금 기어 올라가

온 산을 덮는 봄날의 환희와


비온 날 아침 떡시루를 찌듯

뭉게뭉게 일어나는 골안개로 온 몸을 가렸다가

한 줄기 햇살로 맨살 드러내어

진초록 함성 하늘 향해 이글거리는 여름날의 열정,


늦여름 초록의 밑둥에서 조금씩 배어나와

색색으로 물들였던 산의 간절한 이야기 떨어지고

나무 가지마다 침묵으로 앙상한

저 가을날의 고독


시루봉 이마 하얀 눈으로 덮이고

골짜기로 내려오면서 조금씩 옅어졌다가

어느새 수묵의 함초롬한 자세로 식어있는

겨울날의 허무


유리창을 닦는다.

집안 가득

보문산을 들여놓는다.

2007.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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