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적막(寂寞)을 깔고 앉아서
부리 끝에 한 점 핏빛 노을
노을 속에서 물고기의 비늘들이
더욱 빛나고 있다.
저마다의 의미로 피어난 꽃들,
숨을 죽이고
온 몸 털 세워 바라보는 저
바위의 응시(凝視).
물총새의 부리 끝에
반짝
물비늘이 일렁인다.
퍼덕이는 물고기의 몸부림 속으로
내려앉는 어둠,
그 어둠마저도 아름다운 황혼 무렵에…….
저마다의 의미로 피어난 꽃들,
숨을 죽이고
온 몸 털 세워 바라보는 저
바위의 응시(凝視).
물총새의 부리 끝에
반짝
물비늘이 일렁인다.
퍼덕이는 물고기의 몸부림 속으로
내려앉는 어둠,
그 어둠마저도 아름다운 황혼 무렵에…….
겨우내
목말랐던
한 모금 햇살에
살구꽃만 저 혼자 자지러졌다.
노인 하나 산으로 가면
집 하나 비고
집 하나 빌 때마다
논밭이 묵고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골목마다
농성하듯 손들고 일어서는
무성한 풀들
저 넓은 논밭은 이제 누가 가꾸나.
당신 곁에 서 있으면
대쪽같이 곧아서 서슬 푸른
티 하나 없이 맑은 마음 한 자락이 보였습니다.
흔들리던 역사의
골짜기에서도
굳게 뿌리를 내리시고
죽순처럼, 제자들
대숲 청청한 목소리로 길러내셔서
삼천리 방방곡곡
竹香 그윽한 세상 만드셨습니다
온 세상이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나라를 만드셨습니다.
굽힘없이 걸어오신 그 길 위에
가을빛 노을
곱게 물들었습니다.
인연의 줄을 접으며
돌아서는 당신에게
비오니
억만 세월 굽힘 없이 하늘 받쳐 들고
꺾어도 꺾이지 않는
王竹으로 사소서
한평생 올곧게
교단을 지키며
제자들의 마음도
곱게곱게 가꿔준 사람
산나리 꽃같이 숨어 피어
드러나지 않게
빛을 세워서
세상을 시나브로 밝혀가면서
어느덧 걸어온 당신의 발걸음은
제자들을 위한 눈물로
사십년을 넘겼습니다
질기디 질긴
인연의 줄을 접으며 돌아서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당신은 참으로 큰 스승입니다.
뿌리끼리 서로 손을 맞잡아
땅 속의 모든 자양분을
빨아올리고
덩굴의 촉수를 감아 올려
나무도
꽃도
목을 조른다.
풀만 남은 풀의 나라엔
하늘 향한 발돋움이 없다.
풀잎끼리 팔 벌려
옆으로만 힘을 겨루며
한 뼘 더 뻗으려는
아우성만 있다.
수줍은 노을이
바다의 볼에
연지를 찍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우르르 우르르
함성으로 달려들었다.
밤꽃 냄새가
온 바다를 덮었다.
초승달로 몸을 담그고
경련하는 바다의 몸속에 한 가닥씩
월광을 토해 내었다.
아침 해 떠오를 무렵
연꽃이 피면
연꽃 향기 찻잔에 담아 마시고
뻐꾸기 울음 너머 속 숨결에 번져오는
대청호 물비늘
연꽃 그림자
반갑게 내미는 손길에
봄볕 같은 정이 담겨 있어서
미소가 향기로운 연꽃마을 사람들은
연 옆에 서 있으면
그냥 연꽃이 된다.
대청호에서 건너오는 바람들도
연꽃 마을에 와서
연향(蓮香)에 몸을 씻는다.
나도 마음 닦으러 대청호로 가다
이 마을에 들러
도심(都心)에 찌든 얼룩 지우고 돌아온다.
靑年淸羅 嚴基昌
모진 바람 앞에서도
초목처럼 싱싱한 꿈을 접지 않으며
한 번 발걸음 내딛으면
절대로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너희들이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이만큼 와서
한 자락 남은 삶의 비탈이 가파르다고
숨을 헐덕이며 쉬려 하느냐
잠은 달콤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바라보면
네 옆을 걷던 사람들은 까마득히
뒷모습도 보이지 않아
길은 거기서 끊어지고
뒤돌아보는 발자국엔
아프게 달려온 고통의 흔적 헛되이 남아
아물지 않은 상처 화석으로 굳을 것이다
조금만 더 걸어라
가시덤불 우거져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너희들의 정상은
하늘과 어우러져 저 위에서 빛나고 있나니,
세월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흘러가더라도
멈추지 않는 사람의 가슴에
더 많이 고일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걸어라
고개는 거의 끝나 가는데
꿈꾸는 것을 그만 멈추려느냐
동풍에 넋을 갈아 깃발로 세운
엄마엄마 울던 아이 풍랑이 혼자 키운
국토의
막내야
해당화 한 송이도 못 피우는 작은 가슴에
무에 그리 한없이 담은 게 많아
오늘도 눈 부릅뜨고
잠 못 이루나
아내의 눈동자는
하늘 담은 옹달샘이다.
때로는 내 마음에 티끌 일어나면
꽃구름으로 피어나서
따뜻하게 감싸주는.
아내여
당신은 내 일상(日常)의 숲을 지켜주는
키 큰 산나리 꽃이다.
하루 종일 동동거리는
당신의 발걸음을 보며
다시 태어나도 당신 곁에 서서
거센 바람 막아주는 나무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