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07년 12월 22일

  • 유리창을 닦으며

     

    유리창을 닦으며


    아파트 유리창을 닦는다.

    골짜기마다 감추고 있는 보문산의 비밀이

    가까이 다가온다.


    산밑 낮으막한 등성이에서

    불꽃을 피워 올려

    산벚꽃 연분홍으로 슬금슬금 기어 올라가

    온 산을 덮는 봄날의 환희와


    비온 날 아침 떡시루를 찌듯

    뭉게뭉게 일어나는 골안개로 온 몸을 가렸다가

    한 줄기 햇살로 맨살 드러내어

    진초록 함성 하늘 향해 이글거리는 여름날의 열정,


    늦여름 초록의 밑둥에서 조금씩 배어나와

    색색으로 물들였던 산의 간절한 이야기 떨어지고

    나무 가지마다 침묵으로 앙상한

    저 가을날의 고독


    시루봉 이마 하얀 눈으로 덮이고

    골짜기로 내려오면서 조금씩 옅어졌다가

    어느새 수묵의 함초롬한 자세로 식어있는

    겨울날의 허무


    유리창을 닦는다.

    집안 가득

    보문산을 들여놓는다.

    2007.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