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무

 

 

나무는 허리를 곧게 펴고 서있다.

둥치 감아 올라오는 칡덩굴의 초록빛에

칼날이 번득여도

허리를 굽히는 법이 없다.

 

꼭대기까지 다 덮어

숨 쉴 공간 하나 없어도

하늘 향해 뻗어 나가던 꿈마저

다 막혀도

나무는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작은 틈으로 바라보면

산은 온통

풀들의 분노를 활활 피워 올린

검붉은 칡꽃 밭

 

풀들은 공생할 줄을 모른다.

욕심을 한 뼘이라도 더 뻗어

세상의 진액을 남김없이 빨아댈 뿐

 

온 산을 기세 좋게 휘감은 저 풀들의 반란

산을 지키는 것은 풀이 아니다.

칡덩굴이 무성할수록

산은 황폐해진다.

 

수만 톤의 무게가 찍어 눌러도

나무야, 절대 허리를 굽히지 말자.

뿌리를 넓고 튼튼하게 벌려

모진 장마가 할퀴고 지나갈 때에

산을 지켜주자.

 

 

2019. 7. 6

2019 7월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최신글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