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
풍경은
자려는데
바람은 가만 두질 않네.
모란꽃
향기 담아
추녀 가 스쳐 가면
땡그렁
풍경 소리에
일렁이는 만 겹 달빛
2010. 6. 10
낚시질
큰물 지나 양어장에
잉어 탈출 소식 듣고
태화천 맑은 물에 낚시 담가 기다리니
잉어는
아니 물리고
독경 소리만 퍼덕이네.
마곡사 큰 스님 얼굴에
관음보살 겹쳐져서
낚싯줄 걷으려고 허리 구부리니
낚싯대
부르르 떨어
열사흘 달 이그러져.
잉어를 건져 올려
어망에 넣다 뺏다
제기랄, 욕을 하고 물속에 집어던지니
법열로
물맴 돌면서
번져가는 물무늬.
2010, 5. 30 아침
磨崖三尊佛
불이문不二門 들어서니 사바는 문 밖이라
연녹색 산빛이 彩雲채운처럼 둘러서서
삼존불 풍성한 자비慈悲 밝혀들고 있구나.
바위에 새긴 미소 암심岩心으로 뿌리 내려
천 년을 깎아 내도 웃음은 못 지우고
어깨 팔 떨어진 조각만 세월 흔적 그렸네.
그 웃음 퍼내다가 마음에 새겨 두고
잘 적 깰 적 떠올려도 닮을 수 없는 슬픔
오늘도 웃는 연습에 하루해가 저문다.
2010. 5. 18
태화산의 오월
오월 태화산이
소리의 베 짜고 있다.
연두 빛 목소리가
뭉클대는 등성이로
목 젖은 두견새 울음
철쭉꽃에 녹아든다.
군왕대 맑은 지기地氣
솔바람으로 퍼 올려서
태화천 물소리에
염불가루 곱게 타서
돌부처 새겨진 미소
사바세계로 보낸다.
2010. 5. 9
歸鄕
옛집 앞 고샅 걸으니
세월만큼의 무게도 없다.
아이들 목소리
넘쳐나던 담 머리에
실각시잠자리 혼자
오수에 젖어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머리에 눈을 이고
반기는 웃음마다
가는 실금 어리었다.
빈 골목 퀭한 바람에
눈물 적시는 저녁놀…….
2010.5.5
내 사랑 보문산
비 그치자 보문산이 봄 화장을 하고 있다.
골안개 분칠하는 산기슭 따라 돌며
바람은 실가지마다 붉은 연지 찍고 있다.
잘 익은 초록빛이 온 도시를 다 씻는다.
고촉사 목탁소리에 불음佛音이 묻어나서
도시의 모든 귀들이 산 쪽으로 열려있다.
아픔도 삭혀내면 사랑으로 익는 것을
온 산 자락마다 흐드러진 저 단풍아
누구의 눈물을 모아 꽃처럼 붉었느냐?
마음이 어지러운 날 창문을 열고 보면
시루봉 앞이마가 백설로 정결하다.
마음이 빗질 되어서 콧노래로 돋는다.
2010.3.1
동반자
아내가 발 틀리면 내가 발을 맞춰주고
내가 발 틀리면 아내가 발 맞춰주고
큰소리 다툼하나 없이 인생길을 걷는다.
아내가 멈춰서면 내가 손을 끌어주고
내가 멈춰서면 아내가 등 밀어주며
힘들면 끌고 밀면서 인생 고개 넘는다.
둘이 하나 되어 마음 맞춰 살다 보면
사랑만도 부족한데 미워할 새 어디 있나.
흥타령 어깨동무로 사는 세상은 늘 봄이네.
2010. 1. 30
방포의 새벽
바람이 잠을 깨어 새벽 바다를 건너간다.
바람의 뒤꿈치에서 일어서는 파도소리
천 개의 물이랑마다 반짝이는 그믐달빛
혼곤한 꿈을 열고 파도 소리 들어와서
어지러운 꿈을 깨워 새 하루를 빚어놓네.
고요 속 누웠던 열기 술렁술렁 일렁이고.
나는 누구인가 바다에게 물어보니
일찍 깬 갈매기만 무어라고 지껄이네.
바다야 말 아니 해도 내가 누군지 보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