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제6시집 당신의 아픈 날을 감싸주라고

  • 강가에서

    강가에서

     

     

    저 물 흐르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더 자연스럽게

     

    막히면 돌아가고

    둑이 있으면

    채우고 또 채워 넘어가는

     

    강가에 서 있으면

    세상 살아가는 바른 도리가

    보일 듯도 하다.

     

    작은 미움에도 갈기를 세워

    분노의 물거품 일으키며

    때로는 폭포로 떨어지던

    산골 물소리 같은 젊음을 흘려보내고

     

    이제는 하늘도 산도 가슴에 품고

    , 작은 잠자리 그림자

    풀꽃들의 향기도 품으며

     

    바람이 속삭이다 가는

    시간의 어느 굽이를

    어쩌다 이만큼 흘러왔는가.

     

    바다가 보이는 삶의 하류에서

    미운 것도 예쁜 것도 섞여서 잔잔해지는

    깨어지지 않을 평화를 보았네.

     

     

    2020. 4. 17

    대전문학88(2020년 여름호)

  •  

     

    향기 있는 사람끼리

    마음 비비며

    저런 빛깔로

    사랑했으면 좋겠네.

     

    피어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지는

    저런 말씀으로

    살았으면 좋겠네.

     

     

    2020. 4. 8

     

     

  • 백마강 물새 울음

    백마강 물새 울음

     

     

    백마강 물새들은 아직도

    백제 말로 운다.

     

    뿌리를 잊지 않으려고 궁궐터에 가서

    연화문蓮花紋 기와를 쪼며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백마강으로 와서

    고란사 종소리와 화답和答한다.

     

    백마강 물새 울음엔

    피를 통해 전해지는

    향기 같은 게 있다.

     

    하오下午의 물그림자가 담고 있는

    풀꽃들의 춤

     

    듣고 있으면 어깨부터 출렁이는

    신기神氣 같은 게 있다.

     

     

    2020. 4. 8

    시와 정신72(2020년 여름호)

  • 반쯤 핀 동백 같이 – 문덕수 선생님을 보내드리며

    반쯤 핀 동백 같이

                               문덕수 선생님을 보내드리며

     

     

    웃다가

    잠깐 흔들리다가

     

    반쯤 핀 동백 같이

    사진 속에 있네.

     

    당신의 생애는 햇빛 달빛에

    익을수록

    신화가 되어 가는데

     

    이승의 것들은

    이승의 마을에 남겨둔 채

     

    훌훌 턴 바람처럼

    웃고 있네.

     

    마중 나온 봄 향기에도

    눈물 나는데

     

    반쯤 핀 동백 같이 웃고 있네.

     

     

    2020. 3. 16

    시문학586(20205월호)

  • 반쯤 핀 동백 같이 – 문덕수 선생님을 보내드리며

    반쯤 핀 동백 같이

                               문덕수 선생님을 보내드리며

     

     

    웃다가

    잠깐 흔들리다가

     

    반쯤 핀 동백 같이

    사진 속에 있네.

     

    당신의 생애는 햇빛 달빛에

    익을수록

    신화가 되어 가는데

     

    이승의 것들은

    이승의 마을에 남겨둔 채

     

    훌훌 턴 바람처럼

    웃고 있네.

     

    마중 나온 봄 향기에도

    눈물 나는데

     

    반쯤 핀 동백 같이 웃고 있네.

     

     

    2020. 3. 16

    시문학586(20205월호)

  •  

     

    봄비 그치면

    둑길 위에 섬 하나 지어놓고

    그 섬에 갇혀보자,

     

    민들레 꽃대 위에

    그대 얼굴 피워놓고

     

    때로는 함께 걷는 일보다

    혼자 그리워하는 일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자.

     

    그 섬에는

    눈물 같은 것은 살게 하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의

    눈웃음 같은

    따뜻한 것들만 가득 살게 하자.

     

     

    2020. 2. 14

     

     

  •  

     

    봄비 그치면

    둑길 위에 섬 하나 지어놓고

    그 섬에 갇혀보자,

     

    민들레 꽃대 위에

    그대 얼굴 피워놓고

     

    때로는 함께 걷는 일보다

    혼자 그리워하는 일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자.

     

    그 섬에는

    눈물 같은 것은 살게 하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의

    눈웃음 같은

    따뜻한 것들만 가득 살게 하자.

     

     

    2020. 2. 14

     

     

  • 꽃 한 송이의 기적

    꽃 한 송이의 기적

     

     

    산수유 꽃이 피었습니다.

    세상의 겨울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기아飢餓에 허덕이는 마을에

    당신이 보내준 작은 온정처럼

    저 연약한 꽃 한 송이

    무엇을 만든 것일까요.

    눈보라로 덮여있던 사람들의 가슴은

    더 이상 춥지 않을 것입니다.

    집집마다 꽁꽁 닫혀있던 문들도

    서로를 향해 활짝 열릴 것입니다.

    그믐의 어둠인 듯 막막하던 뜨락에

    편지에 담아 전한 당신의 미소처럼

    산수유 꽃 한 송이

    세상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2020. 2. 7

    충청예술문화96(20203월호)

  • 꽃 한 송이의 기적

    꽃 한 송이의 기적

     

     

    산수유 꽃이 피었습니다.

    세상의 겨울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기아飢餓에 허덕이는 마을에

    당신이 보내준 작은 온정처럼

    저 연약한 꽃 한 송이

    무엇을 만든 것일까요.

    눈보라로 덮여있던 사람들의 가슴은

    더 이상 춥지 않을 것입니다.

    집집마다 꽁꽁 닫혀있던 문들도

    서로를 향해 활짝 열릴 것입니다.

    그믐의 어둠인 듯 막막하던 뜨락에

    편지에 담아 전한 당신의 미소처럼

    산수유 꽃 한 송이

    세상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2020. 2. 7

    충청예술문화96(20203월호)

  • 은행나무에게

    은행나무에게

     

     

    외로움을 선택했구나.

    그래서 열매도 맺지 않았구나.

    싹트면 제 알아서 자라는 것들

    아예 씨조차 뿌리지 않았구나.

     

    근심을 거부하면서

    네 집 문전엔 웃음 한 송이 필 날 없겠지.

    커피 잔을 들어도 마주 대는 사람 하나 없고

    네가 꺼놓고 나간 거실의 불은

    어둠인 채로 너를 맞을 것이다.

     

    채우면서 살아가라.

    어치 두 마리 네 어깨에 앉아

    고개를 갸웃대고 있다.

    네 삶의 겨울에 네게서 끊어진 자리

    여백으로 그냥 남기려느냐.

     

    소소하게 반짝이는 근심을

    즐겁게 마시면서 살아가라.

    외롭게 외롭게 사라지기보다는

    세상에 네 왔다간 점 하나 찍어놓아라.

     

     

    2019. 12. 30

    대전문학87(2020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