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제2시조집-거꾸로 선 나무

  • 가을 연서

    가을 연서

     

    단풍 물에 담갔다가 국화 향에 말린 사랑

    종소리에 곱게 담아 가을 연서 보내주면

    네 가슴 굳게 닫힌 문 까치집처럼 열릴까

     

     

    2019. 10. 25

  • 호수

    호수

     

    물안개

    돌개바람

    못 말리는 개구쟁이

     

    앞산을

    간질이다

    싫증 난 저 심술이

     

    잠자던

    물새 몇 마리

    토해내고 있구나.

     

  • 호수

    호수

     

    물안개

    돌개바람

    못 말리는 개구쟁이

     

    앞산을

    간질이다

    싫증 난 저 심술이

     

    잠자던

    물새 몇 마리

    토해내고 있구나.

     

  • 부처님 웃음

    부처님 웃음

     

    부처님 웃음 길으러

    마곡사麻谷寺 다녀오는 길에

    산 아래 찻집에서

    한 바가지 떠 주었더니

    웃음 탄 연잎 차 맛이

    향내처럼 맑고 깊다.

     

    덜어도 줄지 않는

    저 무량無量한 자비慈悲의 빛

    구름 낀 세상마다

    꽃으로 피는 저 눈짓을

    아내여, 혼자 보라고

    대낮같이 밝혔겠는가.

     

    향불 꺼진 법당에서도

    을 건너 웃는 뜻은

    사바 업장 쓸어내는

    범종소리 울림이라

    오가며 퍼준 그릇이

    텅 비어서 가득 찼네.

     

     

    2019. 10. 5

     

  • 산촌의 겨울

    산촌의 겨울

     

    아무도 오지 않아서

    혼자 앉아 술 마시다가

     

    박제剝製로 걸어놨던

    한여름 매미소리

     

    나물 안주삼아서

    하염없이 듣는다.

     

    방문을 열어봐야

    온 세상이 눈 바다다.

     

    빈 들판 말뚝 위의

    저 막막한 외로움도

     

    달콤한 식혜 맛처럼

    복에 겨운 호사好事거니.

     

    가끔은 그리운 사람

    회재 고개 넘어올까

     

    속절없는 기다림도

    쌓인 눈만큼 아득한데

     

    속세로 나가는 길이

    꽁꽁 막혀 포근하다.

     

     

  • 어머니 마음

    어머니 마음

     

    어머니 오시던 날

    보자기에 산을 싸 와

     

    비었던 거실 벽에

    산수화로 걸어 두어

     

    지쳐서 눈물 날 때마다

    바람소리로 다독이네.

     

     

    2019. 10. 2

     

     

  • 풍악산豊岳山

    풍악산豊岳山

     

    털털하게

    섞여서 산다.

    정 많은

    사내처럼

     

    뾰족했던 젊음들을

    익히고 다스려서

     

    온 산이 눈부신 환희歡喜로 타오르고 있구나.

     

     

    2019. 10. 1

  • 꽃씨

    꽃씨

     

    코스모스

    까만 꽃씨에

    숨소리가 숨어있다.

     

    살며시 귀를 대면

    솜털 보시시한

     

    벽 깨자

    삐약 하고 울

    박동搏動소리가 숨어있다.

     

     

    2019. 8. 28

  • 거꾸로 선 나무

    거꾸로 선 나무

     

    세상은 안개 세상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옳은 것 그른 것도 능선처럼 흐릿하다.

    물 아래 물구나무로 입 다물고 섰는 나무.

     

    거꾸로 바라보면 세상이 바로 설까

    호수에 그림자로 뒤집어 다시 봐도

    정의도 불의도 뒤섞여 얼룩덜룩 썩고 있다.

     

    여명이 밝아 와도 배는 띄워 무엇 하랴.

    부귀도 흘러가면 한 조각 꿈인 것을

    차라리 물 깊은 곳에 집을 틀고 싶은 나무

     

     

    2019. 9. 25

  • 산울림

    산울림

     

    비 온 후 계족산이

    새 식구 품었구나.

     

    눈빛 맑은 물소리와

    새 사랑 시작이다.

     

    마음이 마주닿는 곳

    향기 짙은 산울림

     

     

    2019.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