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
포수의 번득이는
눈빛 아래서
아기 고라니 한 마리
무너졌다.
잦아드는 숨결
그 곁에서
피어날 진달래꽃은
사정없이 피었다.
메에에… 메에에…….
애잔한 울음 하나
핏빛 꽃길 따라 흘러갔다.
열두 발짝 산등성이
넘어 산그늘
어미 고라니도 죽어있었다.
창자 열 두 토막
끊어진 채로…….
2009. 5. 17
山房 四季
(봄)
산 벚꽃 폭죽처럼 터져오는 산기슭을
담채화(淡彩畵) 두어 폭에 담뿍 담아 걸었더니
화향(花香)이 봄 다 가도록 집안 가득 떠도네.
(여름)
베개 밑 골물소리 꿈 자락에 묻어나서
근심 빗질하여 바람 속에 던져두고
기름진 잠결에 취해 여름밤이 짧아라.
(가을)
용소(龍沼)에 가을 달이 집 틀어 누웠기에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어 두었더니
아침에 햇살 비추니 단풍산도 따라왔네.
(겨울)
선계(仙界)에 덮을 것이 무엇이 남았다고
검은 이불 걷힌 아침 하얀 속살 드러낸 산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지워지고 없구나.
2008.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