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한 마리
길 가운데 누워
파닥이고 있다.
구둣발 하나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구둣발 둘이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비명을 묻히고 무심히 돌아가는
구둣발
하나
둘
셋……
동양백화점 피뢰침에
죽지를 꿰어 주저앉은 낮달
기침하는 도시를 비추다
골목으로 눈을 돌리면
나비의 문신 가슴에 새긴
내게서만
나비는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
구둣발 하나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구둣발 둘이
나비를 밟고 지나간다.
비명을 묻히고 무심히 돌아가는
구둣발
하나
둘
셋……
동양백화점 피뢰침에
죽지를 꿰어 주저앉은 낮달
기침하는 도시를 비추다
골목으로 눈을 돌리면
나비의 문신 가슴에 새긴
내게서만
나비는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
달빛이 수평으로 파도쳐 온다.
펄렁 젖혀진 기슭에
숨죽여 누워 있는
비밀의 속살이 보인다.
가냘픈 대궁이 위태로운 섬
풀려진 달빛 속에 묻혀 있는 섬
지켜야 할 어둠으로
포만한 배를 끌고 길게 누워 있다.
그물을 던질 때에
빛나며 가라앉는 우리들의 꿈
눈시리게 투명한 바다의 속살
어둠처럼 막막한 바람기를 옭으면
어잇차, 어잇차,
먼 수평 푸른 달빛 아래
바다의 꼬리에서 이는 하이얀 풍랑.
사람들의 마음마다 풍랑이 울면
한 끝씩 접혀가는 바다의 투지
힘주어 딛고 있는 힘줄이 끊어지며
달빛 아래 퍼덕이는 절망의 바다.
어잇차, 어잇차,
지난 겨울 춤추던 폭풍의 칼날이 눕고
몇 사내가 버리고 간 유언이 빛나고
끌려온 바다는
우리들의 발밑에 헐떡이고 있다.
*후리 : 강이나 바다에 넓게 둘러친 후에 그물 양쪽에서 여러 사람이 끌줄을 잡아당겨 물고기를 잡는 큰 그물
이른봄 물기 오른
종아리에
흥건히 배어 오르는 경쾌한 리듬
폴짝
포올짝
뛸 때마다
아지랑이처럼 증발하여
산 그림자 속으로 잠적한다.
애동솔 숲에서 우는
꾀꼬리 울음
안개처럼 날리는 산 벚꽃 잎새
풀숲에서 소녀의 리본이 하나
나풀거리며 나풀거리며
놀 젖은 하늘로 날아간다.
밤내 뒤척이던
허전한 어둠의 꿈밭
소라껍질이 휘파람 불며
모래알 손뼉을 쳐 뿌리고 있다.
얼비친 하늘의 푸른 물살을 타는
갈매기 눈알에
잊었던 리듬이 내려앉는다.
하늘 속의 빛이랑이 내려앉는다.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세월에
발구르지 않고
강바람에 눈 귀 닦으며
파란 물소리에 마음을 빨면
빈 바구니에
달빛만 가득 채워도
세상을 늘 사랑할 수 있다.
흔들리지 않아 평화로운 찌 위엔
구름 한 송이 피어 있고
욕심 없이 뻗어간 줄 끝에
걸려 있는 산
걸려 있는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