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제2시조집-거꾸로 선 나무

  • 고향

    고향

     

     

    복사꽃 피었다고

    다  고향은 아니더라.

    어머니 미소를

    산에 묻고 돌아온 날

    고향도 뻐꾸기처럼

    가슴에서 날아갔다.


    떠올리면  향내 나는

    어머니가 고향이지.

    타향에서 지친 날개

    쉴 곳 없는 저녁이면

    달밤에 손 모아 비시던

    정화수井華水로 다독였네.

     

     

    2018. 5. 5

  • 윤사월

    윤사월

     

     

    범종소리 쾅 하고

    골짜기 울리면

    번뇌처럼 온 산 가득

    날리는 송홧가루

    동자승

    빗자루 들고

    삼고三苦

    쓸고 있다.

     

     

     

    삼고三苦 : 의 인연으로 받는 고고苦苦

    즐거운 일이 무너짐으로써 받는 괴고壞苦

    세상 모든 현상의 변화가 끝이 없음으로써 받는 행고行苦

  • 춘분春分 일기

    춘분春分 일기

     

     

    사랑을 파종한다.

    당신의 마음 밭에

     

    꽃씨처럼 은밀하게

    한 촉씩 싹을 틔워

     

    입하立夏쯤 만개한 정을

    한 송이만 보내소서.

     

    2018. 3. 23

  • 어머니

    어머니

     

     

    이 세상

    어머니는

    모두 다 미인이다.

     

    자식 사랑 자식 걱정

    별만큼 담은 가슴

     

    곰보에

    언청이라도

    보고 나서 또 그립다.

     

    2018. 3. 19

  • 입춘立春 일기

    입춘立春 일기

     

     

    대문 앞 콩 뿌리기보다 마음 먼저 닦고 보자

    오신채五辛菜 먹기보다 삶의 쓴맛 깨우쳐서

    입춘첩立春帖 붙이기 전에 이웃집에 쌀 한 됫박

     

     

    2018. 3. 14

  • 우수雨水 일기

    우수雨水 일기

     

     

    첫울음

    연초록이 파르르 떨고 있다.

    겨우내 웅크린 가지

    속살에 배어있던

    종달새

    아껴둔 노래

    분수처럼 솟고 있다.

     

     

    2018. 2. 21

     

     

  • 산정호수의 구름

    산정호수의 구름

     

     

    어제 벙근 구름 건져

    내 어항에 심었는데

    오늘 아침 꽃구름이

    수련처럼 또 피어났네.

    뿌리 채 곱게 캐어서

    네 마음에 전하네.

     

    잔뿌리도 상하잖게

    네 울안에 모종하게.

    서울의 하늘에서

    이런 구름 보았는가.

    사랑을 일고 또 일어

    산의 숨결로 빚은 구름

     

     

    2018. 2. 2

  • 설일雪日

    설일雪日

     

     

    산도 숨을 멈추었다.

    하얀 눈꽃 위의 적막

     

    햇살도 눈을 감고

    바람도 날개 접어

     

    문 열면 깨어질까봐

    문고리 잡고 서 있다.

     

     

    2018. 1. 31

     

  • 매화 연서

    매화 연서

     

     

    눈꽃 위에 달빛 차서 마음이 시린 새벽

    매화 분에 일점홍一點紅이 심등心燈에 불을 밝혀

    맑은 향 한 방울 찍어 붉은 연서 보낸다.

     

    내 마음 보낸 사연 서랍 가득 쌓였을까

    꿈에 간 내 발길에 님의 문턱 닳았으리.

    잠결에 매화 향 풍기면 내가 온 줄 아소서.

     

     

    2018. 1. 29

  • 방포 일몰

    방포 일몰

     

     

    새빨간 불구슬

    누가 박아 놓았을까

     

    스르르 구르다가

    반쯤만 걸린 것을

     

    파도가

    꿀꺽 삼키고

    펄떡펄떡 뛰고 있네.

      

     

    2018.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