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제2시조집-거꾸로 선 나무

  • 신문 안 보는 이유

    신문 안 보는 이유

     

     

    신문 칸칸마다 오 할은 소설이다.

    참신한 허구다 흥미 만점이다

    제 엄마 찌찌 본 것도 동네방네 소문낸다.

     

    공정성 정확성은 개에게나 줘버려라

    박수 치는 사람이 많으면 장땡이지

    촛불에 기대다 보면 특종 하나 건질 걸

     

    나라야 망하던 말 던 무엇이 대수던가

    양심의 곁가지에 벌집 하나 지어놓고

    솔방울 떨어만 져도 온 벌통 다 달려든다.

  • 스님

    스님

     

     

    잎 진 꼬부랑 길 바람처럼 오르는 스님

    불룩한 바랑 짐에 무에 그리 바쁘신가

     

    사바의

    한숨 담아다가

    씻어주려 한다네.

     

    2017. 1. 10

  • 이별

    이별

     

     

    사랑이 깨어지는 날

    눈물 쏟아 무엇 하나

     

    햇살 웃음 머금고서

    손부채 내저으니

     

    그 사람 떠난 자리에

    꽃향기만 남았네.

     

     

    2016. 12. 28

  • 촛불

    촛불

    ]

     

    혼자일 땐 기도祈禱더니

    모이니

    칼날이다.

     

    아픈 살

    도려내도

    드러나는 검은 몸통

     

    모두가 썩은 살인데

    베면 무엇 하겠는가.

     

    2016. 12. 7

  • 그믐달

    그믐달

     

     

    돌무덤에 도라지꽃

    일찍 죽은 형님 영혼

     

    어머니 가슴 속에

    대못으로 박혔더니

     

    창공에

    아픔을 삭혀

    밝혀놓은 등불 하나

     

     

     

    2016. 11. 24

  • 가을 산행

    가을 산행

     

     

    오욕을 털어내니

    가지들 정결하다

    은밀한 골물 소리

    속진俗塵을 닦고 있나

    지나온 길 돌아보니

    허물만 깔려있네.

     

    버리고 다 버려도

    사랑만은 못 버려서

    하나 남은 단풍잎이

    유독 붉게 익어있다.

    불타는 외침만 한 등

    빈 산 환히 비춘다.

     

    2016. 11. 16

     

  • 비둘기

    비둘기

     

     

    허기진

    비둘기가

    눈발을 쪼고 있다.

     

    아무리 삼켜 봐도

    요기가 안 되는 눈

     

    십이월 바람의 칼날

    서성이는 눈동자

     

     

    2016. 11. 7

  • 외연도 가는 길

    외연도 가는 길

     

     

    파도의 칼끝마다 햇살을 머금었다.

    등 푸른 바다가 온통 불 밭이다.

    내 삶의 덮개를 열고 우울증을 태운다.

     

    달려온 뒷모습을 서둘러 지우는 배

    접히는 바닷길 끝 홰를 치는 외연도여

    포구에 갈매기 울음 먼저 나와 맞는다.

     

    2016. 10. 19

     

  • 추석 무렵

    추석 무렵

     

     

    들녘마다 음표音標들이 풍년가로 익어있다

    귀뚜리 울음에 흥이 절로 녹아나서

    벼운 실바람에도 출렁이는 어깨춤

     

    동산 위로 내민 달은 알이 통통 들어찼다.

    아내는 냉큼 따서 차례 상에 놓자하나

    온 세상 채워줄 빛을 나만 두고 즐기리.

     

     

    2016. 9. 9

  • 석불石佛

    석불石佛

     

     

    눈에는

    동자가 없다.

    시름만 가득 들어찼다.

     

    코도 귀도 떼어주고

    초점焦點 없는 눈만 남아

     

    세상의

    온갖 번뇌를

    안개처럼 둘렀다.

     

     

    2016.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