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25년 07월

  • 찻잔 속의 태풍

    찻잔 속의 태풍

     

     

    연꽃은 부처님 미소

    궁남지에 가득한 햇살

     

    마음의 귀를 열면

    먼 절 목탁소린들 듣지 못하랴

     

    당신은 그냥 당신인데

    찻잔 속에 담긴 태풍인양

    손톱만 한 일탈에도 나는 늘

    전전긍긍이다

     

    고란사 쪽으로 손을 모은다

     

    불은佛恩은 닿지 않는 곳이 없지만

    마음을 닫아놓으면 이를 수가 없다

  • 배롱꽃 피는 저녁

    배롱꽃 피는 저녁

     

     

    당신의 더듬이가 내 마음을 쓰다듬다 가도

    사랑보다 연민이

    배롱꽃으로 피어나는 저녁

     

    냉미역국처럼 새콤달콤한 탈출구를 찾으려고

    바다 곁에 사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다가

    부음만 확인했다

     

    올여름 더위는 물엿처럼 끈적끈적하다

    떼창으로 악쓰는 매미소리 한 줄금

    헛바퀴만 굴리다 가고

     

    날마다 창의적으로 개발하는

    당신의 말썽에 파김치가 되어

    일찍 뜨는 별 하나도 귀찮은 저녁

     

    날 위로한다고 조롱조롱 피어나는

    배롱꽃 빨간 꽃잎에

    낮 더위만 타고 있다

  • 치매 걸린 아내에게

    치매 걸린 아내에게

     

     

    자다가 문득 보니 주름살엔 새벽 달빛

    아내여, 함께 온 길 망각으로 지웠구나

    덧없다 덧없다 해도 무심히 가는 세월

  • 인생

    인생

     

     

    자다가 문득 일어나서

    당신의 얼굴 바라보니

    새벽 달빛 더 환하게

    주름살마다 새겨진 우리 세월을

    쓰다듬어 주네

    다 늦게 사랑을 알 만하니

    번뇌 한 아름 따라오고

    아픔과 동무로 살다 보니

    인생을 알게 되네

    인생은

    꽃길만 가는 게 없더라

    비틀비틀 가더라

     

  • 꽃도 당신을 위해 피었나보다

    꽃도 당신을 위해 피었나보다

     

     

    사람은 몰라봐도

    꽃은 알아보나 보다

     

    꽃의 마음이 향기롭다는 것은

    아직 잊지 않았나 보다

     

    활짝 웃는 그 모습을 보면

    아내는 아이처럼 박수 치며

    반겨주기에

     

    우리 아파트 산수유 꽃은

    겨울을 뿌리치고

    서둘러 당신을 향해 달려왔나 보다

  • 내 고향 가교리

    내 고향 가교리

     

     

    눈뜨면

    내려오던

    남가섭암 목탁소리

     

    풀꽃 향 피워내던

    마곡천 여울소리

     

    타향을

    떠돌더라도

    돌아갈 곳 하나 있다

     

    골목에서

    마주치면

    정답게 웃어주고

     

    어려운 일 있을 때면

    내 일처럼 도와주던

     

    서러움

    깊어질수록

    힘이 되는 내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