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23년 11월

  • 소리의 틀

    소리의 틀

     

     

    다듬이 소리

    봄날 배꽃 피어나는 달밤 산골 물소리처럼

    마을 골목을 쓸고 가던 그 소리엔

    누나가 수틀에 그리던 꿈이 살고 있다

     

    빨래방망이 소리는 어머니 한숨

    밤낮으로 일을 해도 자식들

    대처로 학교 못 보내는

    평생 푸념 같은 아픔이 배어있다

     

    베 짜는 소리 속엔 할머니

    삶의 여유가 들어있다

    눈물도 웃음도 날줄로 쌓여

    오래 묵은 대추나무 같은 세월이 거기 있다

     

    사랑방에는

    아버지 기침소리가 살고 있어야

    제 맛이다

     

    고달픈 삶을 기워 짜놓은 자리만큼

    질기지만 위태롭던

    아버지의 등

     

    소리에도 틀이 있다

    세월의 강물에 다 쓸려가 아득하지만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가두어놓은

    그리운 것들은 다 소리 속에 있다

  • 묻히는 노래

    묻히는 노래

     

     

    철모르는 철쭉꽃이

    눈보라를 맞고 있다

     

    새빨간 절규가 눈에 묻힌다

     

    덧없이 피었다 지는

    내  노래처럼

  • 행복을 파는 찻집

    행복을 파는 찻집

     

     

    심각한 인생사도 저녁나절 안개와 같다

     

    차 한 잔 마시고

    창밖 산기슭 바라보니

     

    가득 차서

    텅 비어버린 풍경화 한 폭

     

    입안에 고이는 차향이 단풍을 닮아

    무지개 빛깔로 현란하다

     

    얽힌 매듭처럼 풀리지 않던 사랑도

    갓 잣은 실처럼

    가지런해지는 찻집

     

    세사의 근심들도 행복으로

    말갛게 우러나는 찻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