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3
쓸지 마라
세월이다
시들어도
향내 품은
뻐꾸기 산울림이 새겨놓은 빗살무늬
흙발에
짓밟혔어도
지워질 수 없는 역사
쓸지 마라
세월이다
시들어도
향내 품은
뻐꾸기 산울림이 새겨놓은 빗살무늬
흙발에
짓밟혔어도
지워질 수 없는 역사
당신의 웃음소리
삽으로 떠내어서
이른 봄 내 가슴에
꽃모종 하였더니
당신이
보고싶을 때
한 송이씩 피어나네
모였다
소리쳤다
맑은 뜻 하얀 함성
나리꽃 달맞이도
죽은 듯 숨어있다
뭉쳐서 뻗어가는 힘
온세상을 밝힌다
아버지 웃음 속엔 눈물이 숨어있다
장마가 길던 그 해 둘째 형 잃은 새벽
내 등을 두드려주며 살짝 던져 주던 미소
거적에 둘둘 말아 지게에 얹어 산에 갈 때
아버지 속울음이 걸음마다 싹을 틔워
하이얀 도라지꽃으로 슬픈 웃음 피었다
그 해 태풍으로 과일 농사 망치고서
뚝 딴 열나흘 달 치마 폭에 감추면서
내일은 차례 상에다 이거라도 놓아야지
솟구치는 저 열정을
그믐으로 벼리다가
애모愛慕의 용솟음
누를 수 없는 새벽
환희여, 그 큰 함성으로
누구에게 가느냐
보내고 이는 한숨을
잔물결로 식혀가며
실연失戀의 빈 가슴에
해당화를 피우면서
세월은 날개 달아도
변함없는 내 사랑
귀뚜라미 노랫소리
달빛에 알알이 꿰어
목거리 걸어준다
반짝반짝 빛이 나네
입가에 미소 한 송이
커피향이 흐르는 밤
고향이다 장다리꽃
개구리 울음 아롱대는
단발머리 누님이다
치마로 코 닦아주던
달빛에
화석이 되어
자식 빌던 어머니다
개구리 소리 체로 쳐서
보릿겨 반죽하고
별들을 솜솜 뿌려
반짝반짝 맛을 내서
어머니
제사상에다
별미라고 놓는다
누군가 속마음을
벗어놓고 떠난 자리
화장 지운 여자처럼
창백한 낮달처럼
뜨겁게
불사르고 간
그 여름의 시든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