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22년 08월

  • 4월의 눈

    4월의 눈

     

     

    잠 안 오는 밤 접동새 불러

    배나무 밭에 가면

    4월에도 눈이 온다

    보아라!

    푸른 달빛 아래

    다정한 속삭임의 빛깔로 내리는

    저 아름다운 사랑의 춤사위

    외로움 한 가닥씩 빗겨지며

    비로소 지상에는 빛들의 잔치가 시작된다

    배꽃이 필 때면 돌아오겠다고

    손 흔들고 떠난 사람 얼굴마저 흐릿한데

    사월 분분히 날리는 눈발 아래 서면

    왜 홀로 슬픔을 풀어 춤사위로 녹이는가

    접동새 울음은 익어

    은하수는 삼경으로 기울어지고

    돌아온다는 언약처럼

    분분히 무유의 흙으로 떨어지는 꽃잎

    돌아서서 눈물을 말리는 것은

    다정도 때로는 병이 되기 때문이다

     

  • 산안개

    산안개

     

     

    한여름 비온 날 아침 산봉우리 올라 보니

    초록빛 골짜기마다 시루떡 찌고 있다

    담 너머 떡 사발 나누던 고향생각 아롱댄다

     

  • 가을 저녁

    가을 저녁

     

     

    커피 잔 채워놓고

    벤치에

    앉아 보니

     

    샛노란

    은행잎에

    세월이 배어 있다

     

    커피 향

    그리운 얼굴

    아롱아롱 하구나

  • 여적

    여적

     

     

    노을이 부서지네

    두루미 부리 끝에

    짝 잃은 눈동자에

    허전한 가을바람

    맴돌다

    한숨이 되어

    어둠으로 덮이네

     

  • 4월의 소리

    4월의 소리

     

     

    민들레 꽃다지 꽃 다 져서 허전한데

    떠나간 임들처럼 그리움 품은 꽃대

    연초록 아우성인가 타오르는 저 외침

     

  • 새벽 바다

    새벽 바다

     

     

    뛰는구나

    까치발로

    머리 위엔

    금빛 햇살

    무섭게 달려와서는

    간지럼치고 물러서는

    파도의 장난기 미워 고개 돌린 해당화

  • 청명淸明 아침

    청명淸明 아침

     

     

    종달새 노래마다

    연초록 피어난다

     

    두릅을 따지 마라

    봄 향기 좀 더 맡자

     

    간밤에

    성긴 비 왔으니

    성묘나 하러 가리라

     

  • 노을

    노을

     

     

    나비만 나풀대도

    휘어지는

    시간의 줄

     

    수많은 인연들을

    연처럼

    걸어놓고

     

    걷다가

    문득 돌아보니

    빨갛게 타는 노을

     

  • 꽃으로 피고 싶다

    꽃으로 피고 싶다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세상을 환하게 한다

     

    쓰르라미 울음으로 저물어가는

    여름의 황혼 무렵

     

    지다 만 능소화 가지 끝에 피어난

    저 진 주황빛 간절한 말 한 마디

     

    바람의 골짜기에

    향기로운 웃음을 전하면서

     

    너는

    사랑을 잃은 친구의 상처에

    새살을 돋게 해준다

     

    보라

    깨어진 사금파리처럼

    남의 살 찢으려고 털을 세우는 것들

    널린 세상에

     

    벌 나비처럼 연약한 사람들을 감싸 안고

    젖을 물리듯 자장가 불러 주는

    세상의 어머니여!

     

    내생에서는 잠시라도

    너처럼

    한 송이 꽃으로  피고 싶다

  • 연서戀書

    연서戀書

     

     

    살짝 만 돌아보오.

    한여름 무더위를

    후루룩 씻고 지나가는

    소나기를 닮은 사람

     

    살포시

    웃는 모습이

    가을 달을 닮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