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14년 10월

  • 낮달

    낮달



    가을비가 씻어놓은

    아가의 뽀얀 볼에

    엄마가 일 나가면서

    뽀뽀뽀 하고 갔는가,

    잠든 채

    찍어놓다가

    일그러진 입술 자국. 



    햇살이 눈부셔도

    방긋 웃는 아가 얼굴

    초록별 이야기를

    가슴 가득 품고 있네.

    비단강

    노를 저어서

    어디 멀리 가고 있나. 



    2014. 10. 24

  • 아우성

    아우성

     

    늦가을 아침

    산의 속살 더 정결하게 드러난다.


    긴 여름 들끓던 폭염

    가둬 키운 단풍 한 잎


    마지막

    못다 한 사랑

    펄럭이는 아우성

     

     

    2014. 10. 24

     

  • 주름살 – 시장 풍경 3

    주름살

         – 시장 풍경3 



     

    호박잎 두어 묶음

    마늘 감자

    서너 무더기

     

    서둘러

    달려가는

    찬바람의 뒤꿈치에

     

    할머니

    얼굴에 파인

    장마 뒤의

    깊은 계곡


    2014, 10. 13

     

  • 맹방 앞바다에서

    맹방 앞바다에서

     

     

    때로는 삶의 조각들 헝크러진 채

    그냥 던져두고

    입가에 미소 번지듯 가을이 물들어가는

    산맥을 가로질러 와

    대양과 마주 설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있는 힘껏 키워 돌진하는

    저 바다의 거대한 남성

    수만 번 부딪쳐 피워내는 파도 위의 포말

    예순네 살 침묵하던 나의 젊음이

    용틀임하며 끓어오르는 힘줄을 보았다.

    맹방 백사장에서 술에 취해

    바다를 향해 오줌을 갈기면

    천 년의 수로부인도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는 희미한 달빛

    밤내 아우성치는 원시의

    바람을 모아

    한 송이 해당화를 피워놓았다,

     

     

    2014, 10, 13

    <대전문학>67호(2015년 봄호)

    시문학598(2021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