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10년 09월

  • 은적암

     

    은적암



    골 깊어 한낮부터

    부엉이는 울어서


    부엉이 울음 따라

    송화 가루 날려서


    담 없는 절 마당으로

    산이 그냥 내려와서


    여승은 염불하다

    끝내는 걸 잊었는지


    부처님은 웃다가

    성내는 걸 잊었는지

    저녁놀 익은 조각이

    꽃비처럼 날린다.


  • 현충일 애상

    현충일 애상

     

     

    묵념의

    나팔소리

    꿈결같은 현충일

     

    물젖은

    할아버지

    눈동자에 도장 찍힌

     

    아파트

    한 동에 걸린

    태극기

    하나,
            둘…,
                        두 –
                               울…….

     

    2010. 9. 14

  • 법주사에서

    법주사에서

     

    일주문 들어서며

    한 겹 옷 벗어버려

    천왕문 지나가며

    모든 허물 비워내도

    부처님

    앞에 서보니

    버릴 것이 많아라.

     

    절하며 뒤집는 손

    욕심 가득 담겨있어

    불국의 평화보다

    내 소망 먼저 빌어

    부처님

    자애론 미소

    내릴 곳이 없어라.

     

    2010. 9. 13

  • 이순耳順

    이순耳順

     

    지난 세월 화단 안에

    고운 일만 모종하고

    조금 남은 빈 터에

    심을 것을 그리다가

    첫 단풍

    물들던 날에

    모종삽을 놓았지.

     

    새 나무를 심기보다

    심은 나무나 잘 키우자.

    욕심은 묽게 풀어

    세월 밖에 던져놓고

    식은 해

    온기를 모아

    시린 세상을 밝혀보자.

     

    작년에 본 굽은 나무

    올해 보니 또 새롭다.

    잔가지 자를 때도

    망설이고 또 망설여,

    미운 것

    예쁜 것들을

    구별 않고 보는 나이…….

     

    2010.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