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제3시집-춤바위

  •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淸羅 嚴基昌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사비성 그 마을에 와선
    더 오래 머무르겠네.

    왕궁 터 부서진 기와 조각
    부서져도 지워지지 않는
    백제의 미소 위를 어른거리다가

    궁남지 연꽃 속에 향기로 머무는
    서동의 숨결 속에
    녹아들겠네.

    백마강 큰 가슴이 달을 품는 밤
    고란사 종소리 실어
    잠 못 드는 사람들 베갯머리로 보내주고

    낙화암 절벽 위에
    한 잎씩 떨어지는 진달래꽃잎
    삼천궁녀의 짙붉은 흐느낌을 보겠네.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사비의 하늘 오래오래 떠돌다가
    아무데도 가지 않겠네.

    부소산성 돌 틈마다 눈물로 돋아
    천 년의 세월을 외치고 있는
    돌이끼에 초록으로 앉아 역사가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