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오월은
초록빛 목소리로 온다.
스승의 날이 가까워오면
반짝반짝 빛나는 목소리들이
나를 찾아오지만
진짜 찾고 싶은 이름 하나
자폐증을 앓고 있던 화철이
제 이름도 쓰지 못하고
노래 하나 제대로 부르는 것 없었지만
풀꽃 가슴에 달아주면서
“선생님, 좋아요”
어떤 노래보다 듣기 좋던 노래
세월의 강 너머에서 가시로 찔러
언제나 피 흘리는 아픈 손가락
2019. 5. 7
아픈 손가락
오월은
초록빛 목소리로 온다.
스승의 날이 가까워오면
반짝반짝 빛나는 목소리들이
나를 찾아오지만
진짜 찾고 싶은 이름 하나
자폐증을 앓고 있던 화철이
제 이름도 쓰지 못하고
노래 하나 제대로 부르는 것 없었지만
풀꽃 가슴에 달아주면서
“선생님, 좋아요”
어떤 노래보다 듣기 좋던 노래
세월의 강 너머에서 가시로 찔러
언제나 피 흘리는 아픈 손가락
2019. 5. 7
내 고향 가교리
마곡사에서 떠내려 온
염불소리가
마음마다 법당 하나씩 지어주는 곳
눈빛이 풍경소릴 닮은 사람들
웃음 속에 냉이 향이
은은히 풍겨오는 곳
뒷산 뻐꾸기 노래
몸에 배어서
그냥 하는 말 속에도 가락이 흘러
지금도 내 노래의 곧은 줄기는
어릴 때 고향이 귓속말로 넣어준
그 목소리다.
2019. 5. 1
『대전문학』92호(2021년 여름호)
목련 꽃봉오리
터지겠다.
펑 하고
입김만 호 불어도
한겨울 칼바람에
정淨한 혼魂 깎고 벼려
삼천리
한 몸으로 울릴
옥양목 빛 함성들아.
2019. 3. 26
사탕 하나
꼭 쥔 주먹 안에
반쯤 녹은 사탕 하나
아가는 잠자면서도
방긋 웃고 있다.
빨다가 너무 맛있어
엄마 주려고
꼭 쥐고 놓지 않는
쪼글쪼글한 알사탕 하나
2019. 3. 19
꽃이 피는 것보다 아름다운 일
삼월이 오면 우리가 할 일은
비둘기 맨발에
꽃신을 신겨주는 일이다.
얼마나 추운 것들이
많은 세상이냐.
우리가 봄 햇살 같이 다가가
꽁꽁 언 가슴마다
불씨 하나 지펴준다면
그리하여
빙산처럼 단단한 슬픔에
금 하나라도 가게 할 수 있다면
아! 눈물 맑은 노래들이 피어올라서
이 세상을 데워주겠지.
주위를 돌아보며 사는 일들은
꽃이 피는 것보다 아름다운 일
2019. 3. 16
『시문학』581호(2019년 12월호)
『충청예술문화』94호(2020년 1월호)
삼월
산수유 뽀얀 숨결
언 가슴 녹인 불씨
비둘기 맨발에도
꽃신 한 짝 신겨줄까
잊었던 노래 가지마다
두런두런 피는 꽃등
털모자 벗으며
시든 사랑에 물을 주네.
듬성한 머리 사이
꽃대 한 촉 싹이 틀까.
신바람 나비 춤 앞세워
분홍 발로 오는 삼월
2019. 3. 1
미소가 따라와서
엊그제 마곡사
석가 불 그 미소가
내 꿈속 비좁은
골목까지 따라와서
아이 참, 욕하려 해도
빙그레 웃음만
그러게 살던 대로
막 살면 되는 게지
마음속에 부처는
왜 모시자 욕심 부려
아이고, 이제 큰일 났네
욕도 한 번 못하고
2019. 3. 6
제비꽃에게
콘크리트 사이에
뾰족이 고갤 쳐든 제비꽃아
괜찮다. 괜찮다.
목련꽃처럼 우아하지 않으면 어떠리.
겨우내 툰드라의 뜰에서
옹송그리고 지내다가
봄 오자 단단한 벽을 허물고 깃발 세운
네 눈빛만으로 골목이 환하지 않느냐.
괜찮다. 괜찮다.
어린 아이들아
공부를 좀 못하면 어떠리.
까르르 까르르
너희들의 웃음만으로도
온 세상이 환하지 않느냐.
2019. 2. 28
『충청예술문화』2019년 4월호
『한글문학』 20호(2020년 가을。겨울호)
서해의 저녁
바다의
비린내를
노릇노릇 구워놓고
지는 해
노른자처럼
소주잔에 동동 띄워
마신다.
귀가 열린다.
물새들의 속삭임에
기우는
하루해를
잡아서 무엇 하리.
잔 부딪칠
사람 하나
있으면 그만이지
파도로
어둠 흔들어
잠 못 드는 밤바다
2019.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