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25년 12월

  • 조약돌

    조약돌

     

     

    저 애들이 처음부터

    저리  올망졸망 했던 건 아니다

     

    우주만 한 바위였다가

     

    뿔처럼 모났던 젊은 날의 객기

    다 쪼아내고

     

    사랑의 기쁨과

    멍울처럼 금간 아픔도 다 깎아내고

     

    마침내 오랜 세월의 숫돌에

    모든 미련까지 다 갈아내어

     

    밤톨만 해진 화두話頭만 남아

    저리도 반질반질

    빛들을 내는 것이다

  • 산촌 서정

    산촌 서정

     

     

    산촌 살림에는

    온 마을 다 한 식구라

     

    해질녘 다랑논을

    반달만큼 못 채우면

     

    사립문 열린 집마다

    손 하나씩 보태준다

     

     

    젊은이는 돈 번다고

    도시로 다 떠나고

     

    홀아비 외딴 집에

    지난밤 불이 꺼져

     

    정 많은

    큰소쩍새는

    밤새 안부 묻는다

  • 우리들의 천국

    우리들의 천국

     

     

    서귀포 앞 바다는 지금도 만원이다

     

    고추냉이 맛 세상의 바람도

    여기 와서는

    숨죽은 채 야자수 잎에 머물고

     

    흰 말떼처럼 갈기 휘날리는 파도는

    초원을 휘저으며 뛰놀고 있다

     

    전생의 반쪽을 만나듯

    서귀포 동백꽃은

    봄이 설레어서 몰래 붉는가

     

    밭머리에 선 돌담처럼

    가슴마다 구멍 뚫린 채 한숨에 젖던 사람들도

    모두 꽃빛으로 향기롭게 익는구나

     

    단비에 머리 감은 한라산아

    정갈한 네 정수리까지 다 드러나는

    아침이 오면

     

    외돌개 눈망울 걸어놓은 먼 수평선에

    흰 돛배 하나 떠서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