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25년 02월 02일

  • 눈 오는 밤에

    눈 오는 밤에

     

     

    한 사흘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평생 쌓아올린 이름도 벗어놓고

    예닐곱 살 어린 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눈 속에 고구마를 몰래 묻어놓으면

    길어도 헛헛하지 않던 겨울밤

    화롯가에 모여앉아

    할머니 옛 얘기에 눈을 반짝이며 가슴 졸이던

    추억의 도화지에

    평생을 그리운 그림으로 남아있는 것들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밤새도록 꿈 밭에서 서성이고

    형이 뒤척이면 이불 밖에서 내 다리가 얼던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들 모두 막아놓고

    예닐곱 살 그 날에 갇혀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