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24년 10월 03일

  • 여름날의 귀향

    여름날의 귀향

     

     

    골목은 사막처럼 비어있었다

    분꽃 같던 아이들 웃음소리 다 떠나가고

    집집마다 노인들

    삭정이 마른 기침소리만 남아있었다

    회재를 넘으면 언제나

    된장찌개 냄새 마중 보내던 어머니

    옛집 마당가에 돌절구로 서있고

    저녁때면 부르던 정다운 목소리에 별 촘촘 달던

    감나무 묵은 둥치엔 허기진 꿈들만 무성했다

    그리운 얼굴들 하나씩 소환하며

    마을 한 바퀴 돌다 보면

    그리움은 늦여름 파장처럼 비틀거리는데

    사람 하나 산으로 가면 한 집 대문 닫히고

    한 집 대문 닫히면 한 역사에 거미줄이 그어지고

    풀들만 웃자란 건너 마을 초등학교에선

    언제 또 정다운 종소리가 부르려는지

    낯선 나라 언어들로 삭막해져서

    어린 날 손때 희미해진 내 골목길에 가슴을 치며

    홍시처럼 노을만

    소멸되어가는 고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