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24년 09월

  • 산을 마시다

    산을 마시다

     

     

    아침 인사를 하려고

    창밖을 보니

    산은 가을 안개에 안겨있다

     

    붙어산다고 꼭 정다운 것은 아니다

    멀리서 손에 잡힐 듯 타오르는 초록을

    한 모금 마신다

     

     

    래미안아파트 17

    사람 사이에 묻혀 있어도 산과 한몸이 되면

    마음속에서 샘물이 솟는다

     

    외로운 사람에겐 꾀꼬리소리를 보내주고

    고달픈 사람에겐

    고촉사 목탁소리를 보내 달래주고

     

    세상의 바람소리 잠재운 내 가슴의

    둥지에

    이름 모를 새는 알을 낳는다

  • 주홍글씨

    주홍글씨

     

     

    내 삶의 지류에서 침몰하는 꽃잎인가

    소쩍새 울음 끝에 향기처럼 묻어와서

    가슴을 뒤집어놓고 불꽃 접는 그 소녀

     

    이 빠진 징검다리 일렁이던 인연의 줄

    한 번 업은 후에 평생을 못 내려놓아

    이름을 가슴에 새겨 질긴 형벌 되었다

     

    물소리 풀 향기에도 울렁대는 돌개바람

    흰 구름 가는 곳에 노을인 듯 익어있을까

    청자에 상감으로 박혀 지울 수 없는 낙인

     

     

  • 소쩍새 우는 사연

    소쩍새 우는 사연

     

     

    달빛이 비운 산을 노래로 채우는 새

    소쩍쿵 소쩍소쩍 온밤 내내 들끓다가

    정념이 흘러넘쳐서 초록이 더욱 깊다

     

    슬픔도 길들이면 기쁨으로 피는 것을

    오뉴월 소쩍새처럼 흥타령 살다 가세

    온 세상 아픈 일들도 큰 박수로 닦아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