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23년 12월

  • 첫눈

    첫눈

     

     

    바람 편에 배달된

    아내의 걱정

     

    이 먼 들녘까지 따라왔구나

     

    정겨운 잔소리처럼 팔랑대는

    기차의 창문 너머로

     

    평생을 몰래 숙성시킨

    속말을 보낸다

     

    아내여

    멀리 보내놓고

    두근거리는 가슴처럼 날리는 눈은

     

    다음 또 다음 생애에서도

    천 년을 함께하고픈

    내 마음이다

     

  • 낮달

    낮달

     

     

    새 신을 사시고도

    어머닌 오래도록 헌 신을 기워 신으셨다

     

    찢어진 데가 또 찢어져 발가락이 나와도

    시렁 위에 모셔둔 신발은 절대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저 건너로 가시고 난 후

     

    너희들이나 신으라고 어머니 벗어놓고 간

    하얀 고무신 한 짝

     

    어머니

    저승의 주막집까지 

    맨발로 절뚝이며 가셨는가요

     

    오늘도 끼니 거르신

    창백한 얼굴이 가을 하늘에 슬프다

  • 두 석상의 하나 되기

    두 석상의 하나 되기

     

     

    통일 전망대 내리는 비엔 소금기가 배어있다

    갈 수 없는 마을이 그리워 울다 떠난 사람들의 눈물과

    높새바람에 펄럭이던 수많은 소망들이

    포말처럼 부서져서 해당화로 피는 곳

    남해에서 달려온 꽃바람이 철조망에 막혀

    한숨으로 시드는  곳

    겨울만 사는 동네는 봄이 와도 쪽문을 열지 않는다

    산 하나 넘으면 저기가 고향인데

    나의 그리움은 늘 우연雨煙에 가로막힌다

    두고 온 어머니의 따뜻한 웃음과 고향 마을의

    학 울음소리

    나의 어린 시절은 아득히 멀기만 하고

    봄이면 제비처럼 찾아와 울던 고향이 함흥이라는

    그 할아버지

    발걸음 뚝 끊긴지 오래인데

    아직도 하나가 되어 하늘에 닿지 못하였는가

    미륵불 성모 마리아 두 석상의 기도는

    이산가족의 간절한 소망처럼 끝까지 매달렸던

    마지막 잎새 툭 하고 떨어지고

    국토는 아직도 굳게 동여맨 허리띠를 풀지 않는다

     

  • 가을 산

    가을 산

     

     

    시든 몸 빛바랜 얼굴

    저리 고울 리가 없다

     

    한여름 모진 신열

    용암처럼 들끓다가

     

    갈바람

    서리로 식혀

    아우성을 놓는 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