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23년 11월 24일

  • 소리의 틀

    소리의 틀

     

     

    다듬이 소리

    봄날 배꽃 피어나는 달밤 산골 물소리처럼

    마을 골목을 쓸고 가던 그 소리엔

    누나가 수틀에 그리던 꿈이 살고 있다

     

    빨래방망이 소리는 어머니 한숨

    밤낮으로 일을 해도 자식들

    대처로 학교 못 보내는

    평생 푸념 같은 아픔이 배어있다

     

    베 짜는 소리 속엔 할머니

    삶의 여유가 들어있다

    눈물도 웃음도 날줄로 쌓여

    오래 묵은 대추나무 같은 세월이 거기 있다

     

    사랑방에는

    아버지 기침소리가 살고 있어야

    제 맛이다

     

    고달픈 삶을 기워 짜놓은 자리만큼

    질기지만 위태롭던

    아버지의 등

     

    소리에도 틀이 있다

    세월의 강물에 다 쓸려가 아득하지만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가두어놓은

    그리운 것들은 다 소리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