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22년 09월 02일

  • 벌레의 뜰

    벌레의 뜰

     

     

    화랑곡나방 한 마리

    회백색 호기심 활짝 펴고 내 주위를 선회한다

    시가 싹트는 내 서재는 벌레의 뜰이다

    어디에서 월동했다 침입한 불청객일까

    날갯짓 몇 번으로 시상詩想에 금이 마구 그어진다

    홈·키파 살그머니 든다

    그리고 놔두어도 열흘 남짓인 그의 생애를 겨냥한다

    내 살의殺意가 뿜어 나오고 떨어진 그의 절망을

    휴지에 싸서 변기에 버리면

    깨어진 시가 반짝반짝 일어설까

    창 넘어서 보문산이 다가온다

    고촉사 목탁소리가 함께 온다

    벌레야 벌레야

    부처님 눈으로 보면 나도 한 마리 나방

    푸르게 날 세웠던 살생을 내려놓는다

    벌레하고 동거하는 내 서재는 수미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