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22년 05월 10일

  • 초도에 내리는 별빛

    초도에 내리는 별빛

     

     

    꽃들도 보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애써서 예쁘게 꾸미려 하지 않는다.

    대충대충 피어도 꽃은 꽃인가.

    다 떠나고 남은 집 혼자 지키는

    앵두나무 야윈 가지에 봄이 환하다.

    육지가 있는 수평선 쪽으로는

    보이지 않는 붉은 경계선이 그어져 있다.

    칠이 벗겨진 지붕과 빈 마당 가

    우두커니 서있는 돌 절구통 적막 위에

    가끔 염소들 서로 부르는 소리만 반짝일 뿐.

    십자가가 내려진 교회 터에 떠도는

    찬송가와

    무너지다 만 벽마다 지워져가는

    아이들의 낙서도

    곧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지.

    소멸의 순서를 기다리며 서 있는

    인간의 발자국 위로 별이 내린다.

    초도에 내리는 별빛은 갓 씻어낸 호롱불 같다.

    앵두꽃에 별빛이 내려 별이 꽃인지

    꽃이 별인지 알 수 없는 밤

    낚시로 잡은 붉바리 회에 술 한 잔 걸치고 보니

    원래 혼자였던 섬의 옷깃 한 자락

    내가 지팡이 삼아 잡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