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21년 12월 19일

  • 바다를 닦아내다

    바다를 닦아내다

     

     

    갯바위들이 기름을 뒤집어쓴 채

    박제剝製처럼 정지해 있다.

    끓여낸 해물 탕 속의 식재료들처럼

    게도 조개도 갈매기마저

    검은 타르의 국물 속에 건더기로 떠있다.

    방제복을 입고 장갑을 끼고 마스크에

    장화를 신은 채

    사람들은 졸도해있는 바다 곁으로 다가섰다.

    끊어진 빨랫줄처럼 해안선이

    바람에 출렁거릴 때

    사람들은 바다의 절망을 퍼내 자루에 담고

    한숨의 찌꺼기를 긁어내었다.

    수평선이 푸르게 일어설 때까지

    기도祈禱의 걸레로

    바다를 닦고 또 닦아내었다.

    먼 바다의 바람도 잊지 않고 달려와

    새 숨을 나눠줬다.

    말기 암 노인처럼 누워있던 바다가

    저녁놀에 기대어

    봄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