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21년 05월

  • 여성 편향적 삶의 풍경

    이달의 문제작

     여성 편향적 삶의 풍경

                                                                  한상훈문학평론가

     

     

     『시문학5월호엔, 세월 속에서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의 정서를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다. 황홀했거나 쓰라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 시점에서 호출해서 그 순간의 이야기를 원고지에 옮겨 시상을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밀한 시적 세공도 필요하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런 사건들이기 때이다.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 몇 작품을 감상해 보기로 한다. 우선 엄기창 시인의 작품부터 들어가 보자.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아있을 때 아름답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의 찻집에서

    두 잔의 커피를 시켜놓고

    홀로 커피를 마신다.

    외로움이 커피 향으로 묻어난다.

    창밖 먼 바다엔 어디로 가는지

    배 한 척 멀어지고

    유리창에

    갈매기 소리들이 부딪혀 떨어진다.

                                    –엄기창, 바다가 보이는 언덕의 찻집에서부분

     

     첫 구절에서 사랑에 대한 단정을 단호하게 내린다. 섣불리 규정할 수 없는 사랑 또는 삶의 오묘함에 대해 시인은 이미 도사처럼 터득한 듯하다. 겹겹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인생은 나의 욕망대로 되지 않는 것을 체득한 것이다. 욕망의 종창역은 대부분 더 꼬이게 되고, 결국 인생은 추해지는 것이 아닌가. 나의 욕망을 비워내어 그냥 자연의 질서에 나를 맡겨보니, 그 자체로 아름답고 생의 여유가 생겨, 행복이 슬쩍 찾아온다. 그러기에 시인은 사랑하던 님이 가고 야속하기만 하지만 허전한 상태로 내 마음을 하염없이 풀어놓는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의 찻집에서커피도 호사롭게 두 잔을 시켜 놓았다. 그만큼 상처의 시간은 지나갔다. 창밖을 보니, 저 멀리서, 넓고 푸른 바다에 점점 작아지고 있는 배 한 척이 보인다. 다시 외로워진다. 그러나 미소가 머문다. 완전한 사랑이 있겠는가. 사랑이 머무는 것도 잠시인 것을. 비록 외롭지만 달콤해지는 것이다. 애틋한 그리움은 서랍 속에 숨겨놓은 보석처럼 가끔씩 꺼내 보면서 언제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빛날 수 있기에.

     

                                                      『시문학20216월호(599)

  • 어머니 달빛

    어머니 달빛

     

     

    어머닌 웃음 속에 늘

    만월 하나 키우신다.

    정안수에 뿌리박고

    기원으로 자란 달빛

    이 아들 밤길 걸을 때

    앞서가며 밝혀주네.

     

     

     

     

  • 내려가는 길

    내려가는 길

     

     

    인생길 내려가다가

    길가 풀밭에 편하게 앉아

    풀꽃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서두를 일이 없어서 참 좋다.

     

    올라가는 길에는 왜 못 들었을까

    바람에 나부끼는

    작은 생명들의 속삭임

     

    올라가는 길에서는

    왜 못 보았을까

    반겨주는 것들의 저 반짝이는 눈웃음

     

    아지랑이 봄날에는 투명한 게 없었지.

    서둘러 올라가

    하늘 곁에 서고 싶었지.

     

    모든 걸 내려놓고 앉은 후에야

    아름다운 것 아름답게 보고 듣는

    눈귀가 열려

     

    노을에 물들면 노을이 되고

    가을에 물들면

    가을이 된다.

     

     

     

    2021. 5. 5

    대전문학93(2021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