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19년 12월 30일

  • 은행나무에게

    은행나무에게

     

     

    외로움을 선택했구나.

    그래서 열매도 맺지 않았구나.

    싹트면 제 알아서 자라는 것들

    아예 씨조차 뿌리지 않았구나.

     

    근심을 거부하면서

    네 집 문전엔 웃음 한 송이 필 날 없겠지.

    커피 잔을 들어도 마주 대는 사람 하나 없고

    네가 꺼놓고 나간 거실의 불은

    어둠인 채로 너를 맞을 것이다.

     

    채우면서 살아가라.

    어치 두 마리 네 어깨에 앉아

    고개를 갸웃대고 있다.

    네 삶의 겨울에 네게서 끊어진 자리

    여백으로 그냥 남기려느냐.

     

    소소하게 반짝이는 근심을

    즐겁게 마시면서 살아가라.

    외롭게 외롭게 사라지기보다는

    세상에 네 왔다간 점 하나 찍어놓아라.

     

     

    2019. 12. 30

    대전문학87(2020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