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19년 12월

  • 은행나무에게

    은행나무에게

     

     

    외로움을 선택했구나.

    그래서 열매도 맺지 않았구나.

    싹트면 제 알아서 자라는 것들

    아예 씨조차 뿌리지 않았구나.

     

    근심을 거부하면서

    네 집 문전엔 웃음 한 송이 필 날 없겠지.

    커피 잔을 들어도 마주 대는 사람 하나 없고

    네가 꺼놓고 나간 거실의 불은

    어둠인 채로 너를 맞을 것이다.

     

    채우면서 살아가라.

    어치 두 마리 네 어깨에 앉아

    고개를 갸웃대고 있다.

    네 삶의 겨울에 네게서 끊어진 자리

    여백으로 그냥 남기려느냐.

     

    소소하게 반짝이는 근심을

    즐겁게 마시면서 살아가라.

    외롭게 외롭게 사라지기보다는

    세상에 네 왔다간 점 하나 찍어놓아라.

     

     

    2019. 12. 30

    대전문학87(2020년 봄호)

     

     

     

  • 아내의 푯말

    아내의 푯말

     

     

    아내가

    가슴 속에

    푯말 하나 세웠다기에

    깊은 밤 꿈을 열고

    마음 살짝 엿봤더니

    정 헤픈

    남자는 사절”

    붉은 글씨로 써 있네.

     

     

    2019. 12. 14

     

  • 12월의 장미

    12월의 장미

     

     

    한 철의 사랑만으론

    목이 탔는가.

    너무 뜨거워 서러운

    내 사랑이

    바람의 채찍을 맞고 있다.

    사람들은 눈보라 속에 핀

    장미를

    불장난이라 탓하지만

    어쩌겠는가.

    참고 참아도 활화산처럼

    터져버리고 마는 마음인데

     

    2019. 12. 3

    대전문학90(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