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19년 08월 02일

  • 둘이라서 다행이다

    둘이라서 다행이다

     

    유등천변을 걷다가

    두루미끼리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두 마리라서 다행이다.

    만일 한 마리만 서 있었다면

    들고 있는 한 다리가 얼마나 무거웠을 것인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숲과

    멀리 구름을 이고 있는 산들의 침묵

    부리 끝에 걸치고 있는 노을이 얼마나 쓸쓸했을 것인가.

    가끔은 내 코고는 소리를

    노랫소리 삼아 잠든다는 아내와

    아내의 칼도마 소리만 들어도 한없이 편안해지는 나

    둘이라서 다행이다.

    아침저녁 밥을 같이 먹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내 긴 인생 고개엔 겨울바람만 몰아쳤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사랑한다는 말은 전혀 아낄 일이 아니다.

    무심코 넘어오는 큰소리는

    상추에 싼 밥처럼 꿀꺽 삼킬 일이다.

    저기 산 너머로 황혼이 가까워지는데

    남은 길은 꽃밭만 보고 걸어가자.

    생각만 해도 웃음 번지는

    손잡고 걸어갈 사람 하나 있어서 다행이다.

     

     

    2019. 8. 2

    충청예술문화90(20199월호)

    PEN문학2021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