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18년 04월 19일

  • 산사에서의 밤

    산사에서의 밤

     

     

    골물소리에 몸을 헹굽니다.

    열대야의 꼬리가

    조금씩 잘려나갑니다.

    속세의 일들 실타래로 엉켜

    밤새도록 불면의 바다엔

    별들만 섬광閃光처럼 반짝입니다.

    무엇을 비는 것일까요.

    독경소리 화단 끝에서

    봉숭아꽃 한 떨기로 피어납니다.

    부처님 눈에 담긴 미소처럼

    어둠 속에서도 붉어서 따뜻합니다.

    달빛을 뽑아 실을 감으며

    목탁소리 한 바가지 머리에 끼얹으면

    비누거품처럼

    번뇌의 때를 벗겨낼까요.

    속 비운 목어처럼 편히 잠들 수 있을까요.

    태엽 풀린 시간은 여명을 깨워내도

    나는 아무것도 비우지 못했습니다.

     

     

    2018. 4. 20

    순수문학201810월호(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