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2017년 05월 18일

  • 봄날

    봄날

     

     

    아파트 정원엔 봄꽃이 다 졌는데

    태화산 골짜기에 와 보니

    봄은 모두 거기에 모여 있었다.

    사진에 담아 가 무얼 하려는가.

    산은 붓으로 그리지 않아도

    마음에 향기로 배어 있는 걸

    새 소리 몇 소절에 꽃은 아직 피고 있어서

    문득 내 인생의 봄날에

    음각으로 도장 찍힌 사람을 생각하며

    그냥 산이 되어 보았다.

    기다림은

    삶의 옷자락에 찍혀지는 무늬 같은 것

    비웠다 생각하면 언제나 지우다 만

    색연필자국처럼

    초록으로 일어서는 당신,

    신열처럼 세월의 갈피에

    숨어 있다가

    고향에 오면 끓어오르는 봄날이여!